[PE 엑시트 그후]VIG 매각후 8년…해외서 입지 다지는 노비타매출 정체·수익성 악화…가까스로 턴어라운드 '현상유지'
박시은 기자공개 2019-06-14 08:11:46
[편집자주]
사모펀드의 목표는 기업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자본이득을 얻는 것이지만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하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매각한 기업들은 새 주인을 만나 뿌리를 잘 내리며 온전히 커가고 있을까. 주인이 바뀐 기업들의 실적, 재무구조, 경영 전략의 변화 등을 다각도로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2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세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의 초기 투자처로 알려져 있는 생활가전 전문 기업 콜러노비타는 역사가 깊고 스토리도 많은 회사다. 지난 1984년 한일가전주식회사로 설립된 뒤 일본의 조지루시와 제휴해 전기보온밥솥을 팔았다. 이후 믹서기, 식기건조기, 전화기, 가습기, 비데 등으로 취급 품목을 넓혔다. 1998년 직전 사명인 노비타로 상호를 바꿨다. 이태리어로 '새롭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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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까지만 해도 노비타가 삼성전자의 자회사였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보고펀드가 삼성전자로부터 노비타 경영권을 직접 인수한 것도 아니다. 두산그룹 계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네오플럭스와 보고펀드를 거쳐 현재 콜러그룹의 자회사가 됐다.
◇삼성 사업부로 출발..'비데'로 사모펀드 관심
노비타는 당초 삼성전자의 일개 사업부였다가 분사돼 유·무선 전화기 등을 제조하는 업체였다. 전화기 외에 전기밥솥, 가습기, 식기건조기 등 다양한 전자기기와 소형 가전제품을 생산했다. 다시 말해 원래부터 비데가 플래그십 제품이었던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 VIG파트너스의 관심을 끈 것은 비데였다. 당시 선진국에선 비데가 폭넓게 보급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성장성을 간파한 VIG파트너스는 아직 국내에선 초창기 사업 모델이던 비데 판매 비즈니스가 머잖아 빠른 확장을 경험할 것이라 내다봤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일본에서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50%에 육박했던 비데 보급률이 한국에선 10% 수준에 불과했다"며 "한국 시장의 소비 패턴과 트렌드가 수 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하게 찾아온다는점을 감안할 때 국내 비데 산업이 못해도 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회상했다.
노비타의 성장 잠재력을 확신한 VIG파트너스는 일사불란하게 딜을 진행했다. 앞서 네오플럭스는 2005년 국민연금과 함께 기업구조조정(CRC) 펀드를 결성, 노비타 지분 100%를 305억원에 바이아웃한 상태였다. 당시 보고인베스트먼트 시절이던 VIG파트너스는 이듬해인 2006년 노비타의 최대주주 네오플럭스로부터 지분 33%를 인수했다. 이어 2009년엔 비데 사업부만 따로 떼어내 지분 전량(100%)을 취득했다. 총 투자금은 약 400억원. 종전 최대주주였던 네오플럭스는 전화기 사업 부문만 맡았다.
국내 PE업계에서 2대 주주로 있던 사모펀드가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필요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업계의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될 만한 부분이다.
이로부터 2년여 뒤인 2011년 말 VIG파트너스는 노비타를 현 대주주인 미국 콜러에 투자 총액의 두 배를 웃도는 90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 현재도 노비타 인수합병(M&A)은 출범 초기 VIG파트너스의 주요 투자 성과로 거론된다.
◇주인 바뀐 노비타, 인지도는 상승 불구 성장은 '지지부진'
콜러는 140여년 간 전세계 주방, 욕실 업계 트렌드를 이끌어 왔다고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이다. 현재 유한회사 천안콜러새니터리웨어를 통해 노비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주인이 바뀐 노비타는 국내 비데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작년 말엔 국내 최초로 '3D 무브 워시'를 탑재해 사용자가 굳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광범위한 세정을 받을 수 있는 신제품을 출시, 시장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실적 면에선 어떨까. VIG파트너스에게 매우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 꼽히는 노비타 M&A는 콜러에겐 수익성 등 측면에서 산적한 과제를 안겼던 거래로 평가된다. 콜러가 노비타를 인수한 이듬해까진 좋았다. 2012년 매출액은 802억원, 영업이익은 90억원, 당기순이익은 71억원을 기록했다. VIG가 콜러에 매각하던 해인 2011년 매출이 802억원, 2010년 75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매출액은 대동소이했다고 할수 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2011년 81억원, 49억원이었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년 만에 각각 12%, 40%가량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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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콜러노비타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악운을 맞는다. 2014년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18억원, 6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당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대주주에게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간배당으로 지출된 금액이 11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까스로 턴어라운드 성공…배경은 '해외 매출'
콜러노비타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사업에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했다. 그 결과 2016년 들어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했다.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16년 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4년(18억원)과 2015년(51억원) 2년 연속 영업손실 구간에서 벗어났다.
해외 시장 내 활약이 실적 개선의 주요 포인트로 지목된다. 같은 기간 750억원의 전체 매출 가운데 390억원을 해외에서 거둬 들였다. 모회사인 콜러의 글로벌 네임밸류와 네트워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가장 최근 공시된 실적인 지난해 매출액은 780억원, 영업이익은 33억원, 순이익은 42억원이다.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접고, 비데에만 올인한 사업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 일환으로 콜러노비타는 기존에 판매된 비데 외 제품들에 대해선 애프터서비스만 제공하고 제품 생산은 비데만 진행 중이다. 종합생활가전 업체에서 비데 전문 회사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콜러노비타는 모회사가 소재한 미국은 물론, 차츰 비데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주력해 해외 매출 비중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한우물 파기 전략으로 선회한 이래 국내 비데 시장에서도 선두 탈환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비데 시장은 웅진그룹의 품으로 돌아간 코웨이와 콜러노비타가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각사 추산 시장 점유율은 코웨이가 24~28%, 콜러노비타가 21~24% 정도 된다.
양사의 전략은 확연히 갈린다. 코웨이는 대부분 제품을 렌탈 방식으로 판매한다. 반면 콜러노비타는 직접 판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렌탈 부문까지 포함하면 코웨이의 점유율이 높지만 직판 시장만을 놓고 보면 콜러노비타가 1위다. 콜러노비타는 렌탈 방식 비즈니스에서 수반되는 관리인력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한 만큼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더불어 별도의 관리인력 없이 손쉬운 자가 관리가 가능한 제품 개발에도 주력하는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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