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1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까지 번졌다. 검찰은 증거인멸 의혹 관여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사업지원TF를 이끌고 있는 정현호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번 수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사업지원TF의 업무 마비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사업지원TF 수장인 정 사장은 검찰 의혹을 해소하는데 집중해야 하는 상태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체제를 동원해야 한다. 삼성은 비상 대책은 없고 최고 경영자를 대체할 인력은 상시 관리 중이란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사업지원TF에 소속된 부사장 '3인방'이 중심이 돼 최고 의사 결정 과정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분간 정상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그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지난 11일 정현호 사장을 소환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및 증거 인멸 의혹을 두고 사업지원TF의 관여 여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소속으로 있다가 사업지원TF로 몸을 옮긴 B 상무, 또 다른 TF 소속 S 상무 등 5명을 최근 구속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정 사장까지 올라가면서 사업지원TF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 사장이 검찰 의혹을 풀어내는데 당분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사업지원TF는 과거 미전실 역할까지는 아니더라고 그룹 중심에 서서 경영 전반을 컨트롤하는 곳이다. 400조원 넘는 자산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들의 핵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사업지원 TF의 업무 마비가 당장 업무 차질로 번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은 각 이사회를 통해 독자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 다만 그룹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 업무 마비시 그룹 전반 의사 결정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현호 사장이 부재한다고 해서 당장 경영에 차질이 생기진 않지만 중장기 의사 결정 구조에 차질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지원TF는 정현호 사장을 포함해 총 15명 정도 임원을 두고 있다. 약 45명 가량의 임직원이 근무중이다. 정 사장을 제외하면 현재 안중현·최윤호·이승욱 부사장 등 3명의 부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실시된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안 부사장은 M&A 전문가다. 1963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86년 삼성전자 반도체통신 사업부 직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팀, 전략TF 등을 거쳤다. 2015년 미래전략실 전략팀에 합류했고, 삼성이 한화·롯데그룹과 과거 단행한 화학·방산사업 매각·인수 '빅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최 부사장은 경영관리그룹을 거친 '재무전문가'다. 1963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삼성전자 경영관리그룹 부장,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등을 거쳤다. 미전실에는 2010년 합류했으며, 미전실 해체 후 삼성전자 인사부에 있다가 사업지원TF 구성과 동시에 이곳에 합류했다. '재무통'이란 점에서 정현호 사장과 이력상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부사장도 M&A 전문가다. 안 부사장을 도와 방산 계열사를 한화그룹으로 매각하는데 조력한 인물로 알려졌다. 1965년생으로 미국 애크런대학교를 졸업했고, 사업지원TF에 오기 전 기획팀에서 근무했다. 사업지원TF에서는 신사업 발굴 등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 내에서는 M&A '키맨'으로 불리며 사업재편 등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계열 전반의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사업지원TF 수장인 정 사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이들 사업지원TF 부사장 3인방이 전면에 나서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인방은 각기 다른 영역 전문가란 점이 주목된다. 이들 밑으로 9명의 임원도 자리하고 있다.

삼성 측 관계자는 "사업지원TF 임원 유고시 별도의 비상 대책은 갖고 있지 않다"며 "최고경영자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은 항상 관리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그룹 미래전략실의 핵심 역할을 이어받은 곳이다. 삼성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후 업무 공백이 발생하자 그 해 11월 삼성전자에 사업지원TF를 만들었다. 이후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TF(삼성물산)를 완성하며 컨트롤타워의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미전실 핵심 업무는 사업지원TF가 진두지휘 중이다. 금융경쟁력제고TF와 EPC경쟁력강화TF는 그룹 전반 현안보다 금융과 건설 등 각기 사업 현안을 챙기는 역할로서 존재 의미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