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료 조정 윤곽…생보업계 '절반의 성공' 경기 상황 반영한 보험요율 차등 적용…책임준비금 모순 해결 숙제
최은수 기자공개 2019-06-26 15:06:15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4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생명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내는 예금보험료를 경기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명보험업계는 그간 보험료율을 할인해 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는데 이같은 방안이 논의된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보고 있다. 다만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책임준비금을 적립할수록 예금보험료가 계속 늘어나는 모순을 바로잡는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산적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뢰한 '차등보험료율제 발전 방향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용역 중간 결과 내용은 호경기와 불경기에 따라 등급마다 적용하는 예금보험료의 보험료율을 추가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경기 대응 조정'제도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금보험료는 금융회사가 파산 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보험사·저축은행 등이 갹출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돈이다. 생명보험사는 수입보험료와 나중에 보험금으로 돌려주기 위해 적립한 책임준비금 평균값의 0.15%를 예금보험료로 낸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경기 대응 조정 제도에선 먼저 경기 상황을 △평시 △호경기 △불경기로 나눈다. 경기가 좋을 땐 최상위 등급 금융회사의 예금보험료 할인율을 기존(7%) 대비 절반 선(약 3.5~5%)으로 낮추는 식이다. 반대로 경기가 안 좋으면 평상시 업권 표준보험료를 내는 B등급 회사의 보험료를 3.5~5% 정도 깎아준다.
연구용역 중간 결과엔 3등급으로 나누던 보험료 부과체계를 S·A·B·C·D 등 5개 등급으로 세분화하는 안도 포함됐다. 현재 1등급으로 지정된 회사는 S그룹에 속하게 되고 해당 업권 표준보험료에서 7%를 할인받는다. 반면 3등급은 D그룹에 속하게 돼 표준보험료에서 7%를 할증하고, 2등급은 B그룹이 되면서 표준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생명보험업계는 경기에 따른 추가 할인 등의 제도 개선은 달갑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다고 본다. 현행 예금보험료 납부체계가 사실상 보험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생보사들은 예금보험료를 결정하는 모수 중 하나인 책임준비금을 기존 대 비 훨씬 많이 쌓아야 한다. 책임준비금은 보험계약자에 보험금 지급을 보증하기 위해 적립하는 금액이다.
생보사는 책임준비금을 많이 적립할수록 재무건전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보험부채적정성평가제도(LAT)에서도 책임준비금을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의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한다. 그런데 책임준비금 적립을 많이 할수록 보험사는 재무적으로 건전해지는데도 예금보험료 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순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생보사들은 지난해만 예금보험료로 약 7720억원을 납부했다. 5년 전 낸 예금보험료 (3980억원) 대비 2배(94%)가까이 늘어났다. 생명보험업계가 지난 20년 가량 납부한 예금보험료는 4조6000억원 가량인데 이 중 40% 이상을 최근 5년 사이에 부담했다.
반면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 성장세는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꺾였다. 지난해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110조7435억원으로 전년(13조9000억원) 대비 2.8% 감소했다. 실적은 감소하는데 적립된 책임준비금 규모가 예금보험료에 큰 영향을 미치다보니 부담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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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는 이 추세대로면 2022년엔 생보가 감당해야 할 예금보험료가 1조원을 넘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생명보험 시장규모가 우리보다 더 큰 일본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지난해 300억엔(한화 약 3230억원)의 예금보험료를 내는 데 그쳤다. 일본은 예금보험료율을 산정할 때 수입보험료만을 고려한다. 예금보험료 또한 목표기금을 정해 그 만큼만 납부한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목표기금 등이 없이 정률제로만 운영하는 현행 예금보험제도 아래에선 생명보험사의 부담이 영원히 증가하는 모순 또한 발생한다"며 "예금보험료 부과체계가 은행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보험업계는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아 왔는데 이는 꼭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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