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 부족한 실탄…요원한 비은행 다각화 [금융지주 비은행 경쟁력 분석] JB우리캐피탈 쏠림현상 '뚜렷'…CET1 취약, M&A 엄두 못내
원충희 기자공개 2019-07-08 09:05:00
[편집자주]
비은행을 둘러싼 금융권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 쏠림 구조를 벗어나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계열사를 키우며 그룹 시너지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은행만으로 치열해진 시장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량 비은행을 선점한 자가 패권을 잡는다. 왕좌를 둘러싼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성장전략과 장단점, 히스토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4일 09: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B금융그룹의 설립자인 김한 전 회장은 전북은행장이 되자마자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가장 먼저 인수한 비은행 계열사가 JB우리캐피탈(옛 대우자동차판매)이다. 광주은행 인수 후 '투뱅크(Two bank)'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은행과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73대 27로 유지됐던 이유는 JB우리캐피탈이 단단히 버텨줬기 때문이다.달리 말하면 비은행의 이익기여도 대부분이 JB우리캐피탈에 편중돼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량매물 M&A이지만 실탄이 부족하다. 수차례 M&A와 자회사 출자로 그룹 덩치를 불려오면서 자본적정성이 급격히 저하된 탓이다. 후임자인 김기홍 회장에겐 비은행 다각화보다 그룹 자본력 회복이 우선과제로 남겨졌다.
◇비은행 비중 27%, JB우리캐피탈에 편중된 이익 기여도
JB금융그룹은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등 국내 4개 자회사와 2개 해외법인을 가진 금융그룹이다. 불과 8~9년 전만 해도 지방은행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던 JB금융은 2010년을 기점으로 왕성한 M&A 식욕을 드러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이다.
증권맨 출신인 그는 전북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1년여 만(2011년 9월)에 JB우리캐피탈 인수를 시작으로 영토확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3년 JB금융지주를 설립해 호남권 금융지주회사의 출범을 알렸으며 2014년 3월 JB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그 해 10월 광주은행까지 손에 넣으면서 금융그룹의 구색을 갖췄다.
투뱅크 체제의 그룹은 기본적으로 은행부문의 비중이 크다. JB금융도 마찬가지인데 올 1분기 말 그룹 총자산에서 은행부문은 87.3%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익기여도로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그룹 당기순이익(지배주주+비지배주주+연결조정)에서 은행부문은 73.1%, 비은행은 26.9% 수준이다. 비은행 부문의 자산비중이 12.7%인 점을 감안하면 외형 대비 순익기여도가 상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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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비슷한 투뱅크 체제인 BNK금융그룹과 비교하면 더욱 또렷해진다. 자산·이익규모는 BNK금융이 JB금융보다 훨씬 크지만 부산·경남은행의 순익기여도가 85.8%에 달할 정도로 은행 비중이 압도적이다. BNK투자증권, BNK캐피탈, BNK저축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 숫자는 JB금융보다 많은데도 그룹 내 이익비중은 14.2%에 불과하다. JB금융의 은행·비은행 밸런스가 투뱅크 치고는 꽤 안정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심각한 문제점이 보인다. 비은행 이익기여도의 대부분이 JB우리캐피탈에 쏠려있는 탓이다. 1분기 말 JB우리캐피탈의 순이익은 195억원, 그룹 내 비중은 20% 수준이다. 비은행 이익기여도가 26.7%인 점을 고려할 경우 JB우리캐피탈에 상당히 편중돼 있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또 다른 비은행 계열사인 JB자산운용은 1분기 말 순익이 8억5000만원에 불과해 그룹 기여도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러다보니 JB우리캐피탈 실적에 따라 비은행 부문 실적이 좌우되고 있다.
◇위태로운 자본비율, 사라진 M&A 식욕
JB우리캐피탈은 여신자산의 65.6%는 자동차금융(자동차 관련 할부·리스·대출)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하는 자동차금융 비중이 높아 위험가중자산이 적은 우량 캐피탈사로 평가된다. 다만 은행 자산에 비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룹 자본적정성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JB우리캐피탈은 간간히 전북은행 순익도 뛰어넘을 정도라 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타 금융그룹 대비 크다"며 "실제로 J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자 JB우리캐피탈의 디마케팅(Demarketing)을 유도, 한때 6조원이 넘던 자산규모를 5조원대로 줄인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JB우리캐피탈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타 지방금융그룹 대비 적은 계열사 수를 늘리기 위해선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우량 증권·보험사 매물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자본이 바닥난 JB금융으로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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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금융지주의 1분기 말 보통주자본비율은 9.3%, 금융당국 지도비율(9.5%)을 밑돌고 있다. 당국은 상반기까지 9.5% 이상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주배당이 불가능해지며 각종 개선조치가 뒤따른다.
김기홍 회장이 앞서 내정자 신분으로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 지주사 중 덩치가 가장 작지만 지금은 인수·합병 시기가 아니다"며 "JB가 단기간 고성장하면서 자본력이 약해진 탓에 당분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발언이다. JB금융이 상당기간 동안 비은행 영토확장 및 다각화 전략에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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