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KPI 고객항목 강화…WM 매트릭스의 힘 신금투 고객수익률팀, 성과평가 노하우 이식…고객항목 중요성, 그룹 차원 '공감대'
최필우 기자/ 서정은 기자공개 2019-07-15 08:25:51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1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핵심역량지표(KPI) 내 고객수익률 비중을 급격히 늘렸다. 자산관리(WM) 분야에서 '고객의 수익이 직원의 성과'라는 지향점을 확실하게 안착시키기 위한 조치다.신한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보다도 발빠르게 KPI 혁신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신한금융투자의 지원에서 비롯됐다.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WM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해왔던 덕에 신한금융투자의 노하우를 이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고객 중심 경영전략을 내세우면서 개편 작업에도 힘이 실린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 신한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와 강남센터에 적용되는 KPI를 개편했다. KPI 내 고객항목과 관련된 비중은 60%로 확대된 반면 손익항목 비중은 20%로 낮아졌다. 고객항목 중 고객수익률 배점 비중이 30%로 대폭 늘어난 게 개편안의 골자다. 신한은행은 이번 하반기 운영 결과를 토대로 내년 전국 27개 신한PWM센터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고객수익률 항목을 보면 △절대평가 △상대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등 세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실제 고객수익률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은행 또는 센터 내 PB들과 수익률을 비교하는 상대평가가 추가됐다. 포트폴리오 평가에서는 분산투자 여부가 강조된다.
고객수익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은행들은 많지만 이정도까지 파격적으로 KPI 내 비중을 높인 사례는 없었다. 신한은행이 이같은 변화를 추진할 수 있었던 건 그룹 차원의 공감대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KPI가 적용되는 신한PWM센터는 복합점포이기 때문에 신한은행이 단독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수년 전부터 영업점 직원들의 성과평가에 고객수익률을 높여온 시도를 해왔던 곳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일찌감치 고객수익률을 화두로 삼았던만큼 WM 매트릭스 조직을 통해 이같은 의식이 신한은행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신한은행 WM그룹은 3년전에도 KPI에 고객수익률 항목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10% 안팎 배점으로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수익률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처음으로 부각됐다. 이때 신한은행은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고객수익률 평가 체계를 전수받았다. 당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모두 IPS본부 내에 고객수익률팀을 두고 평가체계를 마련했었다.
취지는 좋았지만 당시만해도 고객수익률 비중이 높지 않아 영업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심각한 부진만 면하면 목표 KPI 달성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행 안팎에서 고객수익률 중심의 영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동력이 없었다.
올해의 경우 진 행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면서 취임 후 급물살을 탄 상황이다. 그는 전 사업 영역에서 고객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고, WM그룹은 오랜 기간 필요하다고 느꼈던 KPI 내 고객부문 배점 확대를 건의했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고객 중심의 WM 비즈니스를 나란히 강조하면서 힘이 더욱 실렸다는 설명이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올해 '고객 바로알기'를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만족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진 행장이 '고객 퍼스트(First)' 정책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신한은행 WM그룹이 매트릭스 조직을 통해 증권업계 동향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도 이번 변화에 영향을 줬다. 올 초 NH투자증권이 기존 KPI를 폐지하고 '과정가치' 중심의 평가 체계를 도입하며 업계에 파장이 일자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고객수익률 비중을 높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수, 고객자산 등에 대한 평가도 강화하기로 했다.
WM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양사간 공감대가 형성됐고, 문화가 비슷해진 만큼 신한은행 또한 발빠르게 신한금융투자의 노하우를 흡수했다는 설명이다. 진 행장은 취임 이후 신한PWM 프리빌리지 직원들과 여러차례 소통하며 KPI 개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그 덕에 진 행장 취임 3개월 만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이 이름만 다를 뿐 고객 중심의 WM사업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동일선상으로 이해하면 맞다"며 "왕미화 WM그룹장이 은행, 증권을 모두 총괄하고 있는만큼 자연스러운 시너지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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