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묘한 이야기'본격화되고 있는 미디어·IT 공룡들의 동영상 스트리밍(OTT)서비스 시장 진입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07-26 07:54:39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6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7월 9일 넷플릭스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체 제작 시리즈(넷플릭스 오리지널)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세 번째 시즌의 성과를 발표했다. 7월 4일 공개 이후 단 4일만에 전세계 4070만 가구가 시청을 했고 그 중 1820만 가구는 8개 에피소드를 모두 완료하면서, 넷플릭스 역사상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다.'기묘한 이야기'는 80년대 미국 소도시에 사는 10대 주인공들이 겪는 그야말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SF, 판타지, 공포 등의 비주류 장르들을 뒤섞고 그 위에 80년대 미국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들을 첨가한 것이 주효했는지, 2016년 첫번째 시즌의 공개 즉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이후 '기묘한 이야기'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확대해 가고 있는 넷플릭스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주자가 됐다. 전세계 가입자 중 단 1% 정도 밖에 안되는 184만 가입자(추정치)를 가진 한국에 주연 배우들이 보내 각종 이벤트를 연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나 '나르코스' 등으로 초기 마니아 층을 공략했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묘한 이야기'의 놀라운 성과와 무관하게 넷플릭스의 주가는 최근 몇 주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가입자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2분기 말 가입자수가 전년동기 대비 24% 증가한 1억5156만 명을 기록했지만, 회사의 목표치에서는 234만 명이나 모자랐던 것.
충격적인 것은 미국 시장에서 가입자수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2분기에만 약 13만 명의 가입자수가 줄었는데, 이는 2011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회사는 그 원인으로 지난 1월 요금제당 월 약 1~2달러씩 가격을 인상한 것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기묘한 이야기'가 공개된 3분기부터는 다시 가입자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상태다.
|
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그간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누리고 있던 독점적인 지위가 사라질 것으로 너무도 명백하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는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있다. 자사의 콘텐츠들을 기반으로 한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Disney+)의 올 11월 12일 출시를 공식화한 상태기 때문이다.
월 6.99 달러, 연 6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도 그렇지만, 넷플릭스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디즈니, 20세기폭스,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등의 디즈니 계열사가 가진 막강한 라이브러리다. 지난 7월 20일에 그 라이브러리의 힘을 보여준 이벤트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미국 덕후들의 최대 축제로 불리는 샌디에고 코믹콘(SDCC)에서 열린 마블의 신작 라인업을 소개하는 이벤트였다.
배우 마동석이 '이터널스'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이 공식화되어 큰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이벤트에서, 마블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4기에 포함될 자체 제작 드라마들을 모두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독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콘과 윈터솔저', '완다 비젼', '로키', '호크아이' 등 MCU의 서브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었다.
이러한 디즈니 오리지널의 독점 공개와 함께 기존에 서비스되던 디즈니 콘텐츠 대부분이 넷플릭스에서 빠지게 될 경우, 넷플릭스가 받을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벌써부터 OTT 서비스 구독자들 중 일부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를 모두 구독할 것인지, 아니면 넷플릭스 구독을 장기적으로 해지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상태다.
그런데 경쟁의 위협은 디즈니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7월 9일 HBO, 워너브라더스, CNN, 카툰 네트워크, DC 엔터테인먼트, 뉴라인 시네마 등을 계열사로 보유한 워너미디어에서 HBO Max라는 OTT 서비스의 출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간 넷플릭스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시트콤 '프렌즈'도, 계약이 끝나는 대로 HBO Max에서 독점으로 서비스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존에 서비스 중이던 훌루와 아마존 비디오는 물론 곧 출시 예정인 애플 TV+와 NBC 유니버셜의 서비스까지, 그야말로 미디어/IT 제국들이 직접 OTT서비스의 전성시대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항해야 하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제작의 확대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에서의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세기의 전쟁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 될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명확한 것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시청자들에게 직접 콘텐츠를 공급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시청자들 역시 케이블TV나 IPTV 하나만 구독하면 됐던 시대를 떠나, 여러 개의 OTT서비스들 중에서 일부를 선택해 구독해야 하는 '기묘한'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예고편:https://www.youtube.com/watch?v=YUcMkr-YO0U
디즈니+소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ywGRlxOeRd4
HBO Max 소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LCS4CaZ9dwg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