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위기에 빛난 '짠물 경영'…신용도 공고 온라인 채널 득세에 실적 위축…크레딧 철옹성, 보수적 재무정책 덕
양정우 기자공개 2019-08-22 12:43: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1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AA+, 안정적)이 온라인 유통 채널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신용도를 공고하게 지키고 있다. 국내 소비 패턴이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 공룡이 크레딧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는 시점이다.그간 현대백화점은 보수적 재무 전략을 완고하게 지켜왔다. 투자 규모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드라마틱한 성장 대신 최고 수준의 부채상환능력을 보유해 왔다. 이런 짠물 경영은 국내 유통시장의 위기 속에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올 들어 온라인 채널의 시장 침투로 수익성이 저하됐지만 신용도는 여전히 굳건하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지키고 있는 건 물론 신용도 저하의 빌미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수익성 저하에도 철옹성 신용도…현금창출력 내 투자 집행 '완고'
현대백화점은 올 들어 수익성이 저하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5334억원)이 전년보다 21% 늘었지만 영업이익(507억원)은 3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1258억원)도 역시 29.4% 줄었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에도 여전히 '철옹성' 신용도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백화점이 오랜 기간 보수적 재무 전략을 고수해온 덕분이다. 연간 현금창출력(EBITDA) 내에서 투자(자본적지출)를 집행하는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지난해 역시 EBITDA와 자본적지출 규모가 각각 5116억원, 2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점포의 출점과 기존 점포의 증축 등 자금 소요를 적절히 분산시켜 연간 자금수지를 매끄럽게 조절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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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현금흐름(FCF) 흑자가 꾸준히 누적된 덕에 우수한 재무 구조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안정성 지표인 '순차입금/EBITDA' 수치는 오랜 기간 1배를 밑돌고 있다. 연간 EBITDA만으로 순차입금 전체를 모두 갚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하향 요건(순차입금/EBITDA 2.5~3.5배 이상)과도 거리감이 상당하다. 오히려 안정성 지표만으로는 극강의 등급인 'AAA'로 상향될 수 있는 수준(순차입금/EBITDA 1배 미만)을 충족하고 있다.
올 들어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수익성 지표도 등급하향 기준(EBITDA/총매출액 7% 이하)과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EBITDA는 263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EBITDA/총매출액은 예년과 비슷한 9.1% 수준으로 나타났다.
헌대백화점이 매출 성장 속 수익 저하를 겪는 건 최근 개시한 면세사업(현대백화점면세점)의 실적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채널의 득세로 영업 환경이 위축된 것도 수익성 후퇴를 부채질했다. 물론 백화점은 명품 등 고가 상품의 매출 성장이 고객 이탈의 피해를 상쇄하고 있다. 소비 패턴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보다는 사정이 나은 셈이다.
◇회계기준 변경, 순차입금 규모 유지…재무적 융통성도 탄탄
순차입금 규모의 관리도 현대백화점의 보수적 재무 정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해부터 'K-IFRS 1116호 리스 기준서'가 적용되면서 대형마트(이마트 등)와 백화점(신세계 등) 등 주요 기업의 순차입금이 조 단위로 크게 늘어났다. 리스 부채 반영이라는 회계적 이벤트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순차입금 규모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488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당 기간 유지해온 3000억~4000억원 규모에서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에이엔아이 보유 지분(약 1400억원)을 매각하면서 사전에 차입 규모를 큰 폭으로 감축해놨기 때문이다. 재무수치 변동에 따른 관리 부담을 상당히 덜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재무적 융통성도 탄탄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5조원 규모의 유형자산(투자부동산 749억원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영업 점포이지만 주요 상권에 위치한 데다 담보 제공 내역이 없어 유동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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