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17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회사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랐습니다."코스닥 바이오 기업인 안트로젠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투자 기관 앞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이날 기업설명회는 CEO가 직접 마련한 자리였다.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투자자에게 경영 현황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CEO가 주가의 과열을 경계해 직접 나서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CEO의 대처에 안트로젠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식 게시판에선 소액 주주의 불만이 들끓었지만 거품 논란을 경고한 CEO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여 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내 바이오 섹터는 그로기 상태에 놓여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폐지의 위기에 몰렸고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등 대표주의 주가는 10분의 1,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 시점에서 안트로젠 CEO의 고백이 떠오른 건 한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바이오 기업 대다수는 주가가 급등하면 가만히 있다가 급락할 때만 부랴부랴 해명하기 바빴다. 오히려 주가용 이슈몰이에 적극적으로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오너가 자기 재산이 늘어나는 주가 상승을 기뻐하는 건 당연하다. 주가 부양이 회사를 믿어준 투자자에게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나친 주가 과열을 스스로 경계했다면 처참한 폭락장을 예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오랜 기간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바이오 기업의 속내도 이해가 간다. 바이오 업체는 신약 개발의 성과를 내기까지 투자 재원을 대부분 시장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 때 주가 상승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더 큰 자금을 단번에 모을 수 있다. 기존 투자자를 고려해 새로운 조달 때마다 투자 밸류(시가총액)를 계속 키워야 하는 사정도 있다.
그럼에도 주가 방어에만 몰두해온 건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폭등 장세에 환호성만 지르는 게 아니라 과도한 기대감과 과장된 정보를 제어해야 했다.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부채(Debt)성 조달을 선택한 바이오 기업은 한껏 치솟은 주가로 모은 대규모 자금이 이제 상환 부담으로 돌아올 처지에 놓여있다.
K-바이오가 한국의 성장 엔진이라는 시각은 아직도 여전하다. 하지만 주가가 과거 고점을 회복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감을 잡기도 어렵다. 솔직한 고백으로 신뢰를 쌓으려던 바이오 CEO의 일성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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