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재도전 하는 경험담은 자기개발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레파토리다. '9번 실패해서 10번째 성공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와 같은 구문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성공을 기대하고 지향하는 이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대목이다. 그만큼 성공까지 이르는 '과정'에는 긴 시간 실패를 거친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담겨있다.하지만 어느 순간 '실패'가 등장하지 않는 업종도 있다. 바로 한국 바이오업계다. 실제 한국 바이오시장에서는 '실패'라는 단어가 금기어다. 임상 3상까지 갔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조차 바이오회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통계적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해 임상 디자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에도 '임상 결과는 성공'이고 '유의미한 통계를 확보했다'고 외친다. 투자자들의 혼란스런 심경은 이들 기업의 널뛰기 주가 흐름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짧은 기간에 무형의 가치만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았기 때문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야 해서 일까, 아니면 정말 성공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하나님만 안다'고 말했던 한 바이오 대표의 말이 여기에 대한 대답이 될 것 같다. 결과는 3년뒤, 5년뒤, 혹은 그 기업이 임상 디자인을 더이상 수정하지 않고 결론을 내릴때에서야 객관적으로 판명날 것 같다.
사실상 실패, 절반만 성공은 모두 실패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의 바이오 시장에서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는 이들의 노력과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치가 모여 이를 잠시 '성공'이라고 읽힐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실패하지 않았다'고 하면 투자자의 혼동속에 해당 기업은 몇 년 더 버티며 존속하겠지만 그 다음에도 실패하면 한국 바이오 시장은 신뢰를 완전히 잃는다. 그때면 바이오 후발 주자들은 투자 유치의 기회도 얻을 수 없다.
미국 바이오 시장은 임상 결과를 두고 '성공'을 논하지 않는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미국에서는 '드라이하게' 결과만을 전달한다고 말한다. 충족점을 만족시켰냐, 못 시켰냐는 것만 밝힌다는 얘기다. 의미는 투자자가 판단한다.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 바이오에는 올해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아직 바이오신약은 한 건도 탄생하지 않았다. 2019년 미국 임상3상 결과를 발표했던 기업들의 태도를 돌아보며 내년에는 좀 더 투명하고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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