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65억 짜리 M&A, 10년 후 '포스코 블루칩' 됐다 [대그룹 마이크로딜 다시보기]전임 회장 '소재 욕심', 최정우 회장 때 미래사업 부상…LS 포기한 음극재 포스코 원석으로

구태우 기자공개 2019-12-20 09:35:35

[편집자주]

대그룹의 빅딜은 단연 화제거리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오가는 빅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건 당연하다. 한화그룹의 사업구조를 바꿨던 2014년 '한화-삼성 빅딜'은 2조원이 넘는 초대형 빅딜이었다. 반면 1000억원 미만의 '마이크로딜'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도 있다. 경쟁력 있는 작은 기업을 인수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 경우다.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신의 한수'로 꼽혔던 마이크로딜들을 더벨이 다시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9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케미칼(옛 포스코켐텍)은 코스피 상장 첫 해 주식시장의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코스닥 시장에 있을 때도 연일 홈런을 쳤는데, 코스피로 이전한 후에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연타석 홈런'은 주사업인 내화물(철강 및 시멘트사업의 공업용 소재) 때문이 아니다. 비주력 사업인 음극재 사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주가가 치솟았다. 음극재는 양극재와 함께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지난 3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 합병으로 양극재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과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주목을 받은 역사는 길지 않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이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후 7~8년 동안 존재감이 낮았다는 평이다.


포스코케미칼의 발전사를 보면 '마이크로딜'로 씨앗을 뿌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열매를 맺었다.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사업의 전신은 카보닉스였다. 카보닉스는 1999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벤처 회사로 시작했다. 포스코켐텍에 인수되기까지 LG전선과 LS엠트론을 거쳤다. LG전선에 인수됐을 때 인수가격은 30억원도 안 됐다.

LG그룹의 계열분리로 LS그룹에 편입됐는데, LS전선에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 LS그룹은 2차전지 분야의 '범LG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카보닉스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LG화학은 완제품을, LS전선은 음극재를 육성할 계획이었다.

카보닉스는 LS그룹에 편입된지 6년 만인 2010년 포스코켐텍에 인수됐다. 매각가는 65억원으로 M&A 규모로 보면 '마이크로딜'이었다. LS그룹 차원의 지원에도 당시 전기차 시장 규모가 적아 적자를 냈다. 결국 LS그룹은 카보닉스를 팔고, 동박 사업부(2017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인수)만 남겼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음극재 사업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붐이 일면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3월 합병을 마치면서 음·양극재 제조사로 거듭났다. 글로벌 소재 업체 중 음·양극재를 모두 제조하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 65억원으로 출발한 배터리 소재 사업은 현재 시가총액 3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시황과 맞물려 '잭팟'이 터진 셈이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은 인수 초창기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은 권오준 전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뒷전에 밀렸던 사업이었다.

정준양 전 회장(2009년~2014년)은 포스코를 에너지와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M&A를 추진했다. 음극재 제조사 카보닉스를 인수하고, 휘닉스 소재와 약극재 합작사(옛 포스코ESM)를 설립한 것도 정 회장 때였다.

정 전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2차전지 업체(완제품 전지업체)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재 사업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2차전지 소재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다. 음극재 사업에서 첫 매출이 발생한 시점도 2012년부터였다. LG화학에 월 20톤의 음극재를 공급하면서 매출이 발생했다.

권오준 전 회장(2014년~2018년)은 전임 회장이 추진했던 부실사업을 정리하는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권 전 회장은 2기 임기를 시작한 2017년 주주총회에서 "양·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를 그룹 성장의 큰 축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권 전 회장 체제에서도 음극재는 연 평균 50% 미만으로 성장했고, 양극재 사업은 꾸준히 적자를 냈다.

정 전 회장은 음극재와 양극재의 '산파'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 권 전 회장은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육성할 여력이 없었다.


10여년 동안 성장판이 닫혔던 소재 사업은 최정우 회장 체제 들어 빛을 봤다. 음극재 사업의 매출은 LS그룹에 있을 때보다 규모가 26배 커졌다. 전기차 수요에 힘입어 2차전지 소재 매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도 마련됐다. 지난해부터 음극재와 양극재 증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배정됐고, 이중 대부분이 캐파 증설에 들어갔다. 2022년까지 4170억원(양극재 225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포스코케미칼은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분야에 1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티어'로 육성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오랫동안 준비한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소재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