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20 점검]현대百, 'PASSION(열정) 10년' 성장·내실 두토끼 잡아①"매출 20조·경상이익 2조" 청사진 제시, 연이은 M&A로 성장 발판
정미형 기자공개 2019-12-23 10:17:09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9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0년 6월 창립 39주년을 맞아 ‘PASSION(열정) 비전 2020’ 선포식을 가졌다. 2007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체제 출범 이래 보수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공격경영에 박차를 가할 때였다.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비전은 ‘성장’과 ‘내실’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초점이 맞춰졌다.이날 선포식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을 비전으로 정했다. 이와 함께 10년 후 경영 목표 수치도 구체적으로 세웠다.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 현금성 자산 8조원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 선포식을 갖기 전 해인 2009년 그룹 매출액은 6조원대였다. 10년 이내 매출액을 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셈이다.
◇정지선 체제 아래 '그룹 재도약' 과제
2010년은 현대백화점그룹이 그동안 유지해온 ‘선(先) 안정, 후(後) 성장’ 전략의 방향을 선회하는 기점이 되는 해다. 정 회장이 2007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자리에 올라 안정적인 구도를 구축하던 때였다. 정 회장은 2003년 그룹 총괄 부회장에 오른 뒤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면서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왔다.
당시 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재도약이었다. 향후 미래 10년을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될 때였다. 안정적으로 기존 사업을 이어오긴 했지만 이렇다 할 신사업 동력은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안정을 추구하는 DNA에 더해 성장을 앞세웠다. 2010년 그룹의 미래 10년을 책임질 비전 발표에서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제시한 이유다. 구체적으로는 △유통 △미디어 △종합식품 △B2B △미래성장 부문을 5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육성해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사업을 중심으로 재무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동시에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펼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었다.
우선 기존 사업 다지기를 위해 아울렛과 백화점 사업 확대를 추진했다. 현대백화점은 2010년 일산 킨텍스점 오픈에 이어 대구점, 충청점, 판교점, 디큐브시티점 등을 차례로 개점했다. 백화점 신규 출점에 더해 아울렛 시장에도 진출했다. 롯데와 신세계에 비해 뒤늦게 아울렛 사업에 진출했지만 공격적인 출점과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현재 전국에 6개의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지속적 M&A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지난 10년간 현대백화점그룹은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2020 비전 발표 당시 정 회장이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당시 정 회장은 "대규모 M&A 등을 통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환경, 에너지, 등 미래산업뿐 아니라 금융, 건설 등 그룹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사업도 적극 발굴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 발표 이듬해인 2011년 가구제조업체인 현대리바트를 인수하고 2012년 패션업체인 한섬을 연달아 사들였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이 3대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중 두개의 축이 되는 사업들이다.
2015년에는 건설기계 중장비업체인 에버다임을 인수했다. 기존 사업 영역과는 거리가 있지만 향후 현대리바트를 중심으로 토탈 인테리어 업체로 도약하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2016년 말에는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도 인수하며 본격적인 패션기업 도약에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거래로 국내 패션업계 빅4로 단숨에 도약했다. 현재까지 메이저 패션업체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3월에는 딜라이브의 서초권역을 현대HCN이 사들이며 방송사업자로서의 영역을 넓혔다. 같은 해 말에는 건자재업체인 현대L&C(당시 한화L&C) 인수 작업을 마쳤다. 현대리바트 등과 함께 토탈 리빙·인테리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M&A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 현대홈쇼핑 100% 자회사로 현대렌탈케어를 세우고 면세사업에도 발을 디뎠다. 특히 면세사업의 경우 정 회장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재수 끝에 특허권을 따내며 3년만에 진출했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했지만 떨어졌다. 2016년 재도전에 끝에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면세점에 칼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면세점 개장 시기를 1년가량 미뤄야 했다. 현재 현대백화점 면세점 사업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두타면세점 인수에 나서며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빅3인 롯데나 신세계와 달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업 확장을 이뤄왔다”며 “그런 면에서 내실과 성장 모두를 챙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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