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재무개선 마무리 단계 …'영건'에 베팅 ②젊은 CEO, 주요 계열사에 대거 중용…박성수 회장 숙원 사업 '본격화'
양용비 기자공개 2019-12-26 10:35:04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은 2015년부터 진행해온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 등 브랜드 캐시카우를 매각하면서 400%까지 치솟았던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올해 8월 말 기준 160%까지 내려갔다. 이랜드그룹은 올해 말 기준으로는 15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일단락하면서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 세웠던 2020년 목표는 5년 전에 포기했지만 장기적 관점의 성장을 위해 경영진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경영진 세대교체는 국내 재계를 통틀어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대기업들은 1960년대생을 경영진으로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그보다 더 젊은 1980년대생을 계열사 대표로 중용하는 등 '영건'들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시대 흐름 맞는 인재 원한 박성수…젊은 CEO 전진 배치
올해 초 이랜드그룹 경영진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랜드그룹의 오너이자 창업자인 박성수 회장과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의 신호탄을 쐈다. 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 전념하고 박 부회장은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인재를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해 독립 경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박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혁신의 밑거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평소 박성수 회장은 이랜드그룹이 성장하기 위해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식을 가진 젊은 인재가 사업을 전개해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박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같은 소신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올해 초부터 30~40대 젊은 인재를 주요 계열사 대표로 선임했다. 업계 안팎에선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였다.
박성수 회장의 결단에 따라 젊은 대표가 배치된 계열사는 사업형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와 호텔·리조트 계열사인 이랜드파크였다. 주인공은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최운식 대표와 이랜드파크 외식부문(현 이랜드이츠) 김완식 대표다.
최운식 대표(상무)는 1978년생으로 올해 만 40세다. 최 대표는 SPA 브랜드인 스파오 사업 본부장을 맡으면서 스파오를 국내 최대 토종 SPA로 키워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외 유명 캐릭터를 스파오 디자인에 접목하는 등 역발상과 혁신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랜드그룹의 외식부문 수장인 김완식 대표는 1983년생으로 올해 만 36세다. 올해 초 이랜드파크 외식부문 대표로 선임됐으나, 지난 7월 외식 부문이 분할돼 독립법인이 되면서 현재는 이랜드이츠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올해 8월 이랜드파크 사령탑에 오른 윤성대 대표도 이랜드그룹의 대표적인 영건이다. 윤 대표는 이전까지 이랜드파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이랜드이츠를 분할·설립하는 과정에서 외부자금 10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표가 유치한 자금은 이랜드이츠의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는 데 쓰였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외식부문인 이랜드이츠는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 부채비율이 '제로'가 됐다"며 "향후에도 무차입 경영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의 젊은 CEO 중용은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들은 재무구조 개선의 마무리 작업과 함께 선택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 마무리로 새 도약의 기반을 다져놓은 만큼 젊은 인사를 중심으로 2020년 못 이룬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랜드의 꿈, 제주 애월서 영근다
1980년 이화여대 앞 2평짜리 옷가게 '잉글랜드'에서 시작한 이랜드는 내년이면 불혹을 맞이한다. 이랜드그룹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운 박성수 회장은 사세가 커지자 의·식·주·휴·미·락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테마파크 조성을 꿈꿔왔다.
박성수 회장의 숙원이었던 복합테마파크의 기회가 온 때는 2013년이다. 당시 이랜드그룹은 제주 애월읍 일내에 87만5346㎡ 규모의 복합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무리 없이 진행될 것 같았던 박성수 회장의 숙원사업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환경단체와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에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 이후 약 5년간 진전이 없던 이랜드그룹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사업은 지난해가 돼서야 사업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이랜드그룹의 투자계획과 재원 확보의 적정성 검증을 마친 뒤 개발사업 시행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부지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29만㎡나 줄었지만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컸다.
이랜드그룹은 올해부터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조성에 탄력을 내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 사업을 추진하던 법인인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의 사명도 올해 ㈜이랜드테마파크제주로 변경했다. 이랜드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올초 첫삽을 뜨기 시작한 이랜드그룹은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사업 비용으로 5000여억원이 투입한다. 이랜드그룹은 거액을 투입해 한옥마을과 국제아트미술관, 공연장, 세계테마정원 등이 조성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5년간 제주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표류했던 만큼, 사업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김일규 부회장을 사업 일선에 전진배치 했다. 김일규 부회장은 지난 10월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에서 내려온 뒤 이랜드건설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랜드건설이 이랜드테마파크제주로부터 설계·디자인부터 토목·시공 용역을 맡아 진행하는 만큼, 부회장급 인사를 투입해 사업에 더욱 속도를 올리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제주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가 언제 정식적으로 오픈할 지는 예상할 수 없으나 사업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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