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남매의 난' 한진칼 지분 취득 왜 급히 공시했나 갈등 가능성 인지 후 사전에 지분 늘려…분쟁 국면 영향력 확대 포석
최익환 기자공개 2019-12-26 06:59:59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진칼에 대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을 전개해온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의 지분율 변동 공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의 남매의 난이 불거진 당일 KCGI는 한진칼 지분 추가취득 사실을 급히 공개했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의 직간접적 영향력 확대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가 설립한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은 전날 공시를 통해 한진칼에 대한 보유 지분율이 15.98%에서 17.29%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장내에서 한진칼 보통주 77만4388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KCGI 측은 취득 사유를 단순 추가 취득이라고 밝혔다.
당초 23일 지분율 변동 공시를 계획하고 있지 않던 KCGI는 이날 오전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장문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개되자 오후에 급히 공시절차를 진행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KCGI가 급히 지분율 변동에 대한 공시에 나선 것은 단일 최대주주로서의 존재감을 시장에 보이는 동시에 향후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KCGI는 그동안 한진가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에 내부적으로 정보수집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IB업계 관계자는 “KCGI 역시 한진 일가 내부의 갈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향후 투자계획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사실상 공시를 통해 KCGI가 경영권 분쟁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과 주주들에게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7.29%다. 단일 주주로서는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조 회장의 우호지분에서 조 전 부사장(6.49%)과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5.31%)이 이탈할 경우 명실상부한 최대주주의 지위를 행사할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반도건설(6.28%)이 조 전 부사장·이 이사장과 연대할 경우에도 KCGI는 조 회장 측에 남은 17.13%를 근소하게 앞선 2대주주에 오른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양측 모두 △KCGI △반도건설 △델타항공 등을 우군으로 확보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수 시장 관계자들은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 편에 설 경우 KCGI와 반도건설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PEF 운용사인 KCGI 입장에서 향후 투자회수(엑시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단 분쟁 국면에서 기존 일가로부터 경영상 개선을 확약받아 우군이 된 뒤 향후 이들에게 엑시트를 보장받는 그림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승계 문제를 해결한다는 KCGI의 설립 취지에도 부합한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어떤 형태로든 합종연횡의 모습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KCGI가 17%대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 역시 분쟁 국면을 통해 요구사항 관철과 투자회수 성공가능성을 높이려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