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남매의 난' 틈탄 KCGI, 단일 최대주주 지위 공고화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 조현아 전 부사장 연대 가능성 '솔솔'
유수진 기자공개 2019-12-24 07:13:1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19: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GI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에 내년 3월 말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3개월가량 앞두고 조원태 회장의 맞상대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이기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는 분석이다.무엇보다도 KCGI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내분이 불거진 날 추가 지분 매입 사실을 공개하면서 추후 오너일가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원태의 한진그룹’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KCGI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내년 주총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 '남매의 난'을 적극 활용할 거란 얘기도 나온다.
23일 공시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한진칼 보통주 총 77만4388주를 장내매수했다. 지난 5월 이래 7개월간 잠잠하다가 다시 지분 매집을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15.98%에서 17.29%로 증가했다. 기존 단일 최대주주였던 KCGI가 그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 셈이다.
KCGI는 지난 10월말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이 개시되며 단일 주주로서는 최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전까지 최대주주였던 조 전 회장의 지분(17.84%)이 아내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회장, 조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게 법정 비율대로 상속됐기 때문이다. KCGI는 이번에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최대주주인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28.93%)의 뒤를 바짝 쫓게 됐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며 깜짝 등장한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9%)를 매입한 이래 1년 동안 꾸준히 보유 지분을 늘려왔다. 조 전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 총수가 조 회장으로 바뀐 올 4월과 5월에도 지분 매집을 계속하다가 최근 6개월간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KCGI의 이번 지분 매집이 추후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날 두 사람의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며 조 전 부사장과 KCGI의 연대 가능성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추후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공동 경영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로 결정할 경우 KCGI와의 연대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될 거란 진단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와의 의견 교환 등을 기반으로 이날 입장을 발표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최소한 남매간 다툼에 KCGI의 추가 지분 확보가 맞물리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게 될 거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전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조 전 부사장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한다”고 밝히며 그가 언급한 '다양한 주주'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동안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각을 세워온 KCGI는 물론, KCGI 측 우군으로 꼽히는 반도그룹 등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으나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KCGI 관계자는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측은 KCGI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과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인은 “(조 회장 측과) 최소한의 협의를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으나 여의치 않아 공개적으로 다른 주주들과 얘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KCGI 등도) 다 포함해서 어느쪽이든 열어놓고 대화를 해 좋은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KCGI의 추가 지분 매집으로 한진칼의 지분율은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28.93% △KCGI 17.29% △델타항공 10% △반도그룹 6.28% 등으로 변경됐다. 특수관계인 지분 중 조 전 부사장의 몫은 6.49%다. 여기에 KCGI와 반도그룹의 지분을 더하면 30.06%로 조 전 부사장이 빠진 조원태 및 특수관계인 지분(22.44%)을 8%포인트 가까이 앞서게 된다. 조 회장은 델타항공(10%)과 반드시 힘을 합쳐야만 32.44%로 우위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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