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밀고 당긴 8개월, 구주가격 1조에서 3228억으로HDC현산 컨소시엄, 예상가격 대비 3분의 1 수준 인수
유수진 기자공개 2019-12-27 19:37:11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19: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3228억원.'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달라진 구주 가격이다. 구주 가격은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을 발표했을 당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지더니 3228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8개월 동안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27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6868만8063주)를 3228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구주는 HDC현대산업개발이 5495만450주(24.8%)를, 미래에셋대우가 1373만7613주(6.2%)를 인수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사회 결정 직후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품을 떠나 HDC그룹의 새 가족이 됐다.
공시에 따르면 이날 양 측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1주당 47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날 종가인 1주당 5620원보다 1000원 가까이 낮은 금액이다. 사실상 자산규모가 3000억원 수준인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2070억원), 에어서울(686억원) 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가격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역시 고려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번 M&A가 진행되는 동안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치는 매번 다르게 평가됐다. 딜 초반엔 무려 1조원대로 언급됐다. 당시 주가를 반영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이 5000억원대로 산출된데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의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아시아나항공 구주가 5000억원대로 평가된 배경은 이렇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금호그룹이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포함된 수정안을 제출한 4월15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7280원에 마감했다. 매각이란 빅 이벤트가 공식화되며 추후 기업가치 개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날 주가에 보유 주식 수(6868만8063주)를 곱한 가격이 약 500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다음날인 16일 8450원까지 오른 뒤 등락을 반복하다 조금씩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매각이란 이벤트로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며칠 연속으로 오르자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구주 가격이 비싸지면 인수 후보들의 부담이 커져 딜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이유다. 산업은행도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유입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이 줄어든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주가는 5000원 대에서 안정을 찾았다.
이후 본입찰이 진행되면서 구주 가격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만났다. 민간기업 M&A로서는 이례적으로 채점표가 만들어지며 인수 후보들이 구주와 신주 가격을 각각 책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다. 심지어 산업은행이 신주 가격의 하한선을 8000억원으로 제시하면서 인수 후보들간 눈치싸움이 본격화됐다. 이들은 돈을 과하게 쓰지 않으면서 경쟁자보다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적정선을 찾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구주 가격은 3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를 수시로 오갔다. 지난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금호산업과 구주 가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을 최대한 높이려고 한 반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신주 배정 금액을 최대화하려고 맞섰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이 전체 매각 금액 중 자신의 몫(구주 가격)을 늘리려고 한 건 추후 금호그룹의 재건을 꾀하거나 금호고속의 차입금을 갚기 위해서다. 특히 자회사의 가치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 걸로 알려져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새 가족이 된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되는 자금 확대가 목표였다. 올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808%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굳이 옛 주인에게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점도 구주 가격을 깎으려 했던 하나의 이유다.
구주 가격에 대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당초 지난 12일 예정됐던 SPA 체결이 보름가량 지연됐다. 당초 금호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구주 가격으로 4000억원 정도로 제시했으나 HDC현산 컨소시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기내식 관련 과징금 등 우발채무 손해배상한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연내 매각이 불발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손해배상한도로 HDC현산 측은 구주 가격의 15%를, 금호 측은 5%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은 한발씩 양보해 구주 매각가격의 9.9% 수준으로 최종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도 중재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양측은 27일 성공적으로 SPA를 체결하며 연내 매각을 성사시켰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이번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금호산업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시아나항공 또한 신주발행 형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가 한층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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