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31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 절차를 마친 KT 이사회의 '미션'은 이제 신규 이사진 구성으로 넘어갔다. 구현모 CEO 내정자가 사실상 임명권을 쥔 사내이사 임기가 2020년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모두 만료되는 가운데 사외이사 6명 중 4명의 임기도 동시에 끝난다. 구 사장이 CEO로 선정되는데 힘을 실어준 사외이사들인 만큼 연임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내규상 이들의 연임에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지배구조보고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중 2명이 연임시 '6년 초과 재직 사외이사'가 된다. 사외이사 임기가 6년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에서 준수를 요구하는 사항 중 하나다.

KT 이사회는 9월 27일 신임 사외이사를 뽑기 위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했다. 2020년 3월 주총을 기점으로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서둘러 만들어진 위원회다. 내규에 따라 임기 만료 사외이사는 제외했고, 김대유(위원장)·이강철·유희열·성태윤 사외이사로 꾸려졌다.

3월 임기 만료 사외이사는 김종구·이계민·임일·장석권 사외이사다. 사추위는 차기 사외이사 선출을 위한 자체 후보군 검토를 비롯, 외부 헤드헌팅사로부터 추천도 받고 있다. 기존 사외이사의 연임이냐 신규 선임이냐 여부를 늦어도 2020년 초까지 결정해야 한다.

이번 사외이사 연임 결정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 보인다. 구 CEO 내정자를 뽑아준 사외이사들이란 점에서다.

KT의 CEO 선출 절차는 지배구조위→회장후보추천위→이사회 3단계로 진행됐다. 장석권 사외이사는 첫 단계를 맡은 지배구조위 위원, 김종구 사외이사는 이후 단계인 회추위 위원장이었다. 이계민·임일 사외이사도 회추위 위원을 맡았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이사회는 CEO 선출 조건을 '만장일치'로 정했다. 사외이사 모두 구 CEO 내정자 선출에 힘을 실어준 인물들인 셈이다.

사실 이번 임기 만료 사외이사들의 연임에 내규상 걸림돌은 없다. KT 정관상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10년'이다. 제27조 이사의 임기 항목에 '사외이사의 총 재임기간은 10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들은 모두 연임을 해도 재직기간이 10년은 못 미친다.

다만 2018년부터 시행된 기업 '지배구조보고서' 준수 지표를 놓고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기업들이 매년 6월 공시해야 하는 보고서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올해 첫 시작됐다. 기업이 지배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게 유지하고 있나 감독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었다. 지표 준수에 강제성은 없지만 이행률이 떨어지면 비판적 외부 시선이 우려된다.

지배구조보고서에서 기업이 지켜야할 15개 핵심지표 중 6개가 이사회 관련 항목이다. 여기에 사외이사의 임기와 관련된 항목이 있다.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존재' 여부다. 당국은 사외이사의 장기 재직이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무너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봤다. 사외이사의 존재 가치 중 하나는 외부자로서 객관적 경영권 감시에 있다. 장기 재직시 사측과 결탁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져 객관적 감시가 어렵다고 본 셈이다.

KT 임기 만료 사외이사 중 2명은 2020년 3월 연임시 재직기간 6년을 초과하게 된다. 김종구·장석권 사외이사다. 황창규 회장이 정식 부임한 2014년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 사외이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거친 법조인, 장 사외이사는 정보통신정책학회장을 역임한 ICT 분야 전문가다. 2017년 황 회장 연임에 힘을 보태준 인사들이기도 하다.

'6년 초과 장기 재직 사외이사 존재' 핵심지표는 KT가 올해 공시한 지배구조보고서에서 준수한 항목이다. 올 3월 주총을 거쳐 각각 6년·7년을 활약한 송도균·차상균 사외이사 를 교체한 덕분에 지킬 수 있었다. 만약 김종구·장석권 사외이사가 이번에 연임하게 되면 내년에는 준수할 수 없는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