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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승부수]대한항공, 신년사 공식 배포 안한 까닭이례적 공식 배포 자제, 조현아 전 부사장 의식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1-06 08:27:0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2일 12: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2020년 신년사를 공식 배포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시무식을 마친 후 현장 사진과 함께 신년사를 외부에 공개해왔으나 올해는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최근 한진그룹 오너일가간 경영권 다툼이 재점화하는 등 일련의 사태를 겪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2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본사에서 시무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 본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전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래 처음 전한 신년 메시지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던 만큼, 올해를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원년으로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대한항공은 예년과 달리 조용히 행사를 치르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우선 신년사를 외부에 배포하지 않았다. 통상 시무식을 마친 후 현장 사진과 함께 신년사를 공개해왔으나 올해는 공식 배포를 자제하기로 했다. 특히 조 회장이 직접 신년 메시지를 발표할지 여부도 행사 직전까지 확정되지 않았었다.

이는 지난해 시무식과도 상당히 비교된다. 당시 대한항공 사장이던 조 회장은 아버지인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해 대한항공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했다. 조 전 회장은 건강 악화로 미국 LA에 머물고 있어 시무식 참석이 불가능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지난 50년 동안 결코 쉽지 않은 도전과 성취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건 그 길을 함께 걸어주신 수많은 분들 덕분“이라며 ”이제 회사는 임직원에게 보답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며,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고 대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19년 1월2일 대한항공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이날 대한항공이 조용히 시무식을 치른 건 최근 한진그룹 오너일가간 불화가 외부로 새어나오며 다소 시끄러웠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회장 별세 후 봉합된 걸로 보였던 오너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지며 대한항공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신년 메시지를 내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특히 이날 신년사를 배포 자제한 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 전 부사장이 최근 조 회장의 그룹 경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만큼, 조 전 부사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앞서 한진가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조 회장의 그룹 경영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가족간 합의를 바탕으로 조 전 회장의 상속재산을 분할 완료하며 공동경영을 시작한지 불과 두달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특히 이를 두고 조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크게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며 추후 경영권의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시무식은 사내행사로 조용히 진행했다”며 “조 회장이 참석해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해당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첫 출근일인 2일 대한항공 본사로 출근하는 직원들의 모습.

한편 이날 대한항공 본사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오전 7시를 전후해 출근하기 시작했고, 승무원들을 태운 버스와 화물 트럭들도 쉬지 않고 정문을 드나들었다. 한 시민이 대한항공의 조종사 채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으나 1시간 여 만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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