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명희에 사과한 조원태, 조현아에 손 내밀까모자 갈등 서둘러 진화, 사과문에 다툼 원인 조현아 언급 없어
유수진 기자공개 2019-12-31 09:35:22
이 기사는 2019년 12월 30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도 갈등 봉합에 나설까.조 회장이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화해하면서 누나인 조 전 부사장과도 관계 회복에 나설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 고문 집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최근 이 고문에게 먼저 사과했다.
이같은 내용은 조 회장과 이 고문이 30일 공동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외부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공식 사과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사과문의 형태를 빌려 두 사람이 화해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은 해당 사과문의 내용을 직접 작성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자신의 명의로 사과문을 내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심지어 회사 관련 이슈가 아닌 오너일가의 사적인 일에 대해 빠르게 입장을 표명하는 건 더욱 드물다. 이날 입장발표는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지 5일 만에 나왔다. 이는 ‘남매의 난’으로 드러난 가족간 불화가 수일 만에 ‘모자의 난’으로 번지자 더욱 불길이 커지기 전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에 오너일가간 갈등이 재점화된 후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 회장이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KCGI 등 외부세력과 맞붙어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잇따른 내분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조 회장 역시 KCGI나 반도그룹 등이 지분을 추가 매집하며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간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이 고문에 이어 조 전 부사장에게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에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회장' 대신 '대표이사'라는 호칭을 썼다.
그러면서도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협의하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선대회장님의 공동경영 유지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협의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으나 그게 여의치 않았다”며 “우리 희망 같아선 조 회장 쪽에서 전향적으로 대화에 임해 잘 풀리는 게 제일 좋다. 지금도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같은 날 오후 한진그룹은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의 문제 제기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회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해사행위라고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진그룹이 회사 명의로 오너일가 일원인 조 전 부사장을 겨냥해 이같은 입장을 낸 것 자체가 이미 선을 그었단 의미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 전 부사장의 문제 제기를 귀담아듣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봐야 한단 의미다.
특히 조 회장과 이 고문이 상호 논의를 거쳐 작성했다는 사과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들은 해당 글에서 자신들이 다투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자 오너일가간 갈등을 재점화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은 “앞으로도 가족간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면서 그 주체를 “저희 가족”이 아닌 “저희 모자”로 한정 지었다. 조 전 부사장이나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이번 사건과 아예 무관하게 떼어놓고 사과를 주고 받았다는 얘기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25일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사자가 아니니까 언급 자체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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