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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中 발목 잡는 이니스프리 '대폭 수선' 작년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역성장 폭↑…올해 채널 전략 다시 짠다

전효점 기자공개 2020-01-13 09:14:45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9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작년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연말까지 실적 역성장폭이 깊어지면서 고심에 빠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온라인 채널에 초점을 맞춰 이니스프리 현지 사업구조를 다시 수선한다는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매스티지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중국에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10% 내외 역성장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 중국 연매출 1조5000억원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대표 매스 브랜드다. LG생활건강과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업에서 중저가 브랜드 의존도가 더 높기 때문에 최근 중국발 훈풍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재작년 말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이니스프리 현지 사업 전략을 '옴니 채널'로 선회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하되, 점포 임대료가 높은 상하이 등 1·2선 도시에서는 빠지고 3·4선 도시를 중심으로 출점을 확대했다. 중소 도시에서 이니스프리 브랜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오프라인 매출뿐만 아니라 온라인 매출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쌍방향 채널 전략이었다. 이와 함께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브랜드 리뉴얼 작업과 대대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같은 구조조정의 결과가 2분기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최근에는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약 10% 내외 역성장을 지속했다. 이익 수준도 악화됐다. 신규 출점한 3·4선 도시 점포도 실적이 그다지 좋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이니스프리 중국 사업구조를 다시 대대적으로 손 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4선 도시 신규 출점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도 과감히 인정했다. 올해는 완연히 온라인 유통 채널에 무게를 싣기로 방향을 잡은 분위기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점포 전략에 회의적인 분위기"라면서 "중국 점포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더페이스샵처럼 철수는 못하고 온라인으로 점진적으로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니스프리는 2012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 매년 100곳 내외 오프라인 점포 신규 출점을 진행하면서 공세적으로 확장해왔다. 이니스프리 중국 매장수는 2016년 330개에서 2017년 443개, 2018년 516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08개로 사업이 어려울 때도 오히려 확대됐다. 이 때문에 작년 초까지만 해도 이니스프리는 중국 매출의 75%는 점포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중국 화장품 시장의 지각 변동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로컬 매스 브랜드는 대부분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쟁력 우위를 모색했지만 오프라인 몸집이 비대해진 이니스프리는 채널과 브랜드 전략에서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중국 시장 K뷰티의 양대 산맥인 LG생건의 경우 한발 앞서 현지 시장 포트폴리오를 럭셔리 브랜드 위주로 조정했다. LG생건은 2018년 초 이미 매스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100여개가 넘는 현지 점포를 일괄 철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앞서서는 더페이스샵 중국 법인도 흡수합병을 통해 1개로 줄였다.

현재 LG생건은 중국 매출의 90%가 '후', '숨' 등을 필두로 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온다. 나머지 10%를 차지하는 매스 브랜드 역시 이니스프리와 달리 경쟁력 있는 일부 제품만을 선정해 현지 H&B 스토어나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유통하는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이니스프리 중국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나마 최근 설화수가 고가 라인을 출시하면서 이니스프리 부진을 상쇄하고 있지만, 현지 사업구조가 럭셔리와 온라인 중심으로 더 빨리 재편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LG생건과 달리 중국 진출 과정에서 대규모 점포 투자를 동반했다"며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이같은 전략이 유효했지만 변혁의 시기에는 비대해진 사업 규모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설화수가 럭셔리 포지셔닝을 통해 현지 실적이 빠르게 올라와서 다행"이라면서도 "이니스프리 비중이 커서 아모레퍼시픽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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