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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은행 지분 확대…주총 의결권 강화 기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움직임, 사외이사·보수한도 반대 '단골메뉴'

김장환 기자공개 2020-01-21 14:00:2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올해 시작과 동시에 은행 지분 투자를 늘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향후 주주권 행사 향방에도 눈길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지난해부터 천명해 온 상태다. 지분 보유 은행들의 올해 주총 안건 의결 통과에 국민연금이 미칠 영향력이 그만큼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과거 의결권 행사 내역을 보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의결권 행사에 나설지도 대략 가늠이 가능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특히 사외이사 선임과 보수한도액 확정 등 안건에서 유독 보수적인 잣대를 갖고 의결권을 행사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 금융지주사 중 5%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총 7곳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이다. 이들 지주사 산하에 딸려 있는 은행의 주총에서도 지주사 주요 주주로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0년 신년이 밝자마자 일부 투자 금융지주사 지분을 늘리는 추세를 보였다. BNK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이달 7일 BNK금융지주 지분을 추가로 매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주식 280만6057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10.7%에서 11.56%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부산롯데호텔 등 기존 최대주주(11.14%) 지분을 넘어섰다.

BNK금융지주 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에서도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다수다. 신한금융지주(9.38%), 하나금융지주(9.68%), KB금융지주(9.5%), DGB금융지주(5.01%) 등 은행 지주사의 최대주주다. KB금융지주 지분은 공단이 아닌 국민연금기금이 갖고 있으며, DGB금융지주는 최대주주 자리를 두고 삼성생명(3.35%)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경영권 행사에 중점을 둔 기관이 아니어서 이들 금융지주사의 최대주주 지위 확보에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적극적 주주권' 행사 기조로 돌아선 상태란 점에서 보면 쉽게 볼 일도 아니다. 국민연금의 최대주주 지위 확보가 은행 경영에 부담을 주는 사안일 수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은행들은 국민연금의 입맛에 맞지 않는 주총 안건이 부결되는 상황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 제도를 도입하고 투자 기업에 대한 적극적 경영 참여를 선포했다. 주총 안건을 두고 이전처럼 '거수기'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기업뿐 아니라 지분을 다수 들고 있는 은행의 의결에도 통용되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이들 은행에서 과거 보였던 의결권 행사 양상을 보면 앞으로의 방향성도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우선 신한금융지주는 국민연금으로부터 과거 의결권 '반대 폭탄'을 맞았던 이력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3월 신한금융지주 주총에 올라온 15개 안건 가운데 3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박병대 전 사외이사와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이다. 박 전 사외이사는 '법령상 결격사유',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는 '독립성 취약우려'를 반대 이유로 삼았다.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는 BNP파리바 일본대표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안건이 부결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해 3월 박 전 사외이사는 결국 퇴임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속에서는 연임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주총 안건으로 올라 온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연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올해는 자리 보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임기 만료일이 2020년 3월로 잡혀 있다.

사외이사 선임 반대표 행사는 다른 지분 보유 금융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국민연금은 2018년 BNK금융지주 주총에서 손광익 사외이사 선임 의결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최대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호텔과 쇼핑 등에서 근무한 이력을 문제 삼았다. 이해 관계로 인해 독립성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국민연금 반대 속에서도 선임됐던 손 사외이사는 올 3월 22일 임기가 만료된다. 국민연금은 이런 가운데 올 들어 BNK금융지주 최대주주가 됐다.

하나금융지주는 보수한도액 승인을 두고 지속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받았던 곳이다. 2018년에 이어 지난해까지도 같은 안건에 같은 반대표를 받았다. 경영성과에 비해 이사보수 한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금융지주 등기이사는 총 9명이며 주총 승인 보수한도액은 4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올 3월 잇따라 열릴 주요 투자 금융지주사의 주주총회에서도 비슷한 의결권 행사 방침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의결권 행사 강도를 보다 더 높일 수도 있다. 지난해 주총은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처음으로 맞이한 주총이었다. 이를 한 단계 더 강화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이 올 들어 주요 금융지주사 투자 지분을 늘린 것도 이와 맞물린 행보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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