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 리포트]'황 규제'에 우는 해운사, 웃는 파나시아스크러버 수주 급증 일감 봇물…'비관론'에 장기화 지속 관심
구태우 기자공개 2020-01-22 09:18:5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1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부터 국내외 해운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갑판 면적은 제한적인데 아파트 4층 높이의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크러버 한 대를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80억원. 수출 둔화로 물동량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줄었는데 규제가 강화되면서 들어가는 비용만 늘었다.반면 조선기자재 업체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설비를 생산하는 기자재 업체들은 모처럼 수주 호황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스크러버 제조업체인 파나시아다.
1989년 설립된 파나시아는 창사 이래 최고 호황기를 맞았다. 파나시아는 선박용 스크러버와 평형수 처리 장치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대기환경과 해상환경 규제가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강화되면서 파나시아의 수주가 급증하고 있다. 이중 스크러버 제품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권에 속해있다.
스크러버는 화학반응을 통해 배기가스에서 나온 대기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장치다.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은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꼽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전에는 배출가스 중 황함유량을 3.5%까지 규제했는데, 올해부터 0.5%로 상향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해역에 해당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 부과되고 입항이 금지된다.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선사 및 해운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총 세가지다.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 LNG 추진선으로 바꾸거나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격이 비싼 점이 단점이다. 스크러버는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만 그나마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파나시아를 비롯해 스크러버 제조 업체가 '콧노래'를 부르는 이유다. 국제에너지컨설팅업체 팩트글로벌에너지(FGE)는 올해 스크러버 장착을 결정한 선박이 2100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올해 90억 달러(10조)로 전망됐다.
스크러버 시장이 개화하면서 파나시아의 매출은 급증하는 추세다. 파나시아는 비상장사로 지난해 실적은 공시되지 않았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최초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년(647억원)보다 약 700% 이상 매출이 급증하면서 선박용 친환경설비 사업의 저력을 선보였다는 평이다.
파나시아는 2001년부터 스크러버 수주를 시작해 총 324척을 수주했다. 이중 30% 가량을 납품했다. 수주 잔고가 충분한 만큼 기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설비 한대당 80억원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의 수주 잔고를 보유한 셈이다.
그러면서 매출은 물론 현금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순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28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치다. NCF는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을 판단할 때 영업이익과 함께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NCF의 개선은 유의미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같은해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지만, 차입 상환과 설비 투자, 원재료 확보에 지출한 결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당분간 파나시아의 호황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선사들은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순번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파나시아 역시 스크러버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수주 물량을 고려해 200억원을 투자해 제2 공장을 증설했고,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이렇듯 파나시아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사이익을 톡톡이 누리고 있다. 파나시아는 2025년까지 매출 1조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스크러버와 함게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생산하고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점도 장점이다.
스크러버 수주를 시작한 지 20여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불안 요소도 없지 않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올해부터 개방형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면서 '스크러버 회의론'마저 해운사들에서 나오고 있다.
파나시아의 주력 제품인 개방형 스크러버는 해수로 배기가스를 세정하고 다시 바다로 배출한다. 이 세정수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일부 국가들은 입항을 금지했다.
게다가 IMO는 2025년부터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준 대비 30%로 감축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스크러버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고, LNG 추진선으로 전환하는게 실효성있는 대안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조선사에 호재, 조선용 친환경설비 업체에 악재일 수박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스크러버 시장 확대로 파나시아와 같은 기자재 업체의 수혜를 볼 것"이라며 "비관론도 있지만 스크러버가 현재까지 황산화물 환경 규제에 대한 매력있는 대안인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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