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업 리포트]'물만난 테크로스' 왜 IPO를 미뤘을까향후 5년 수주 '봇물', 이후 다운사이클 불가피…종합환경기업 전환 중
구태우 기자공개 2020-01-16 13:11:1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5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시장이 글로벌 환경규제로 특수를 맞았다. 향후 5년 동안 수요는 급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무려 40조원에 달한다. 이 시장에서 한국은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선박용 평형수 처리장치를 생산하는데, 1위는 부방그룹 계열사 테크로스다.테크로스의 매출은 지난 1년 동안 2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한해 동안 1820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772억원)보다 매출이 1028억원 늘어, 1년 간 135.7%의 성장률을 보였다.
선박은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선박 하단에 위치한 탱크에 바닷물을 채워 넣는다. 화물을 선적하면 다른 해역에서 싣고 온 평형수는 배출하고, 화물을 내리면 다시 바닷물을 채워넣는다. 이 방식으로 선박의 무게중심을 잡지만,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가 생긴다.
연간 50억톤의 평형수가 해역을 넘어 이동한다. 이 평형수를 통해 이동하는 해양생물은 7000여종에 달한다. 이때문에 평형수 배출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서식하는 얼룩무늬 담치가 미국 오대호에서 출현한 게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수조원이 들었다.
국제해사기구는 2004년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강제하는 선박 평형수 관리협약(BWMC)을 채택했다. 2017년 9월 발효됐고, 한국을 비롯한 52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했다. 이후 시장이 개화하면서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수주가 급증한 것이다.
테크로스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테크로스의 수주 물량은 2017년부터 연간 200% 이상 늘고 있다. 테크로스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량은 전년보다 206% 상승했다.
테크로스는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단일 제품을 취급하고 있어, 매출 전체가 이 장치에서 나온다. 테크로스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 매출은 119억원에 불과했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10여년 동안 18배 성장한 셈이다.
테크로스의 장점은 조선·해운 경기와 무관한 점이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는 환경규제로 생겨난 신규 애프터 마켓(제품을 판매한 이후 추가적인 수요에 의해 발생한 시장)이다. BWMC 협약 발효로 전 세계 6만여척이 이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모든 선박은 5년에 한번씩 정기 검사를 받는데, 이때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전 세계 모든 선박은 이 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한국이 전 세계 50%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에는 10여곳의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업체가 있다. 이 장치를 생산하려면 국제해사기구(IMO)와 미국 해안경비대의 승인이 필요해 진입장벽 또한 높다. 이러한 점들은 테크로스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시장은 다운사이클이 예견된 시장이다. 전세계 모든 선박이 이 장치의 장착을 완료하면 신조선 시장과 애프터서비스 시장만 남기 때문이다.
테크로스가 지난해 LG전자의 자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현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과 하이엔텍(테크로스 환경서비스)을 인수한 것도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사업의 장래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두 회사를 2000억원에 인수해 육상 수처리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사업영역은 산업용(폐수 포함) 수처리 사업과 상수도 사업, 환경기초시설 운영 분야까지 사업영역이 넓어졌다.
두 회사의 2018년 기준 매출은 각각 4177억원(영업이익 368억원), 1554억원(102억원)이다. 두 회사를 합친 자산규모는 테크로스보다 크다. 몸집이 두 배 가량 큰 회사를 인수해서라도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테크로스의 상장 계획은 M&A로 무기한 연기됐다. LG전자로부터 인수한 기업의 통합작업이 남아있는 데다 수년 후에는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기 하기 때문이다.
우선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수주 확대에 주력하는 동시에 종합환경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로스 관계자는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의 수주가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수주물량을 늘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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