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KCGI·반도그룹' 손잡을 가능성은경영권 확보 노릴수도…KCGI 엑시트에 유리
박상희 기자공개 2020-01-31 13:17:17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0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KCGI(강성부 펀드)와 반도그룹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로 떠오른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의중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가운데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현재로선 베일에 감춰진 상태다.반도그룹이 단순 백기사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KCGI와 연대해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엑시트(자금 회수)를 고려해야 하는 KCGI 입장에서도 상속세 등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한진그룹 오너일가보다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반도그룹과 손을 잡는게 나쁘지 않은 선택지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0일 "시장에서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과 만났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만났다는 등 설왕설래 말이 많다"면서 "반도그룹의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KCGI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그룹은 지난해 10월 한진칼 주주로 처음 이름을 올린 이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최근 기준 지분율은 8.28%다.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주요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시장에선 당초 반도그룹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오너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매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권 회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시차를 두고 권 회장이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을 차례로 만났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돌았다.
다만 권 회장과 반도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베일에 쌓여 있다. 반도건설이 주총에서 조 회장의 재연임 안건에 찬성할지 반대할지도 알수 없는 상황이다. KCGI나 조 전 부사장과 손잡고 등기이사 선임을 노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개인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해 한진그룹 오너일가 중 한명이 아니라 KCGI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행보를 보일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KCGI는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오너일가를 제외하면 단일주주로는 17.29%의 지분율로 한진칼 1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반도그룹과 KCGI가 손을 잡을 경우 한진칼 지분율은 25.57%에 이른다. 한진그룹 일가는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 총 28.94%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불과 3.37%포인트(p) 차이다. 한진그룹 오너일가 경영권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지분율이다.
KCGI 입장에서도 반도그룹과 연대하는 것이 엑시트 측면에서 볼 때 효율적일 수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그간 투자 했던 곳의 지분을 오너일가에 되파는 방식으로 자금회수에 나서는 패턴을 보여왔다.
강 대표는 LK 투자파트너스 대표 시절 1호 사모펀드로 요진건설에 투자했다. 회장의 갑작스런 작고 이후 상속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던 유가족이 내놓은 지분 45%를 550억원에 인수한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2년 후 1대주주에 되팔며 2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했다.
오너일가와 거래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서는 행보는 대원 투자에서도 되풀이됐다. 2017년 대원 기업승계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었던 주식 일부를 인수해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최대주주는 배당 0원, 일반주주는 200원의 배당을 받도록 한 안건을 관철시키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다만 이같은 투자 패턴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에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등 오너일가가 26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터라 KCGI가 보유한 지분을 되사오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알짜배기 회사인 반도그룹은 보유한 현금이 많다. 반도홀딩스, 반도건설, 반도개발, 대호개발, 한영개발 등 주력 계열사들이 보유한 유동자산(별도 기준)은 2018년 말 기준 1조원을 웃돈다. 부채 비율도 낮은 편이라 차입 등을 이용해 추가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는 여지도 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강성부펀드 만기가 10~14년으로 설정돼 있어 장기 투자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엑시트는 타이밍과 가격이 중요하다"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반도그룹이 연대를 원할 경우 KCGI가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엑시트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등이 모두 반도그룹과의 연대를 원할 이유가 충분하다"면서 "권홍사 회장과 반도그룹이 사실상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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