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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해외게임사 열전]액토즈소프트, '미르 IP'에 웃고 눈물 흘린다②2000년 위메이드와 공동 소유, 中 게임사 피인수 결과…한국·중국 등 20여개 소송전

신상윤 기자공개 2020-03-23 08:23:42

[편집자주]

해외 게임사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국내 게임사간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해외 게임사들의 현황과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설 같은 게임이 다가왔다' PC통신이 대유행했던 1990년대 말 한국 게임 산업에 큰 족적을 남긴 '미르의 전설(미르)'은 자신을 '전설'로 소개하며 등장했다. 미르의 인기는 후속작과 2차, 3차 콘텐츠들로 이어져 한국과 중국 등으로 뻗어 나갔다.

액토즈소프트는 미르로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훗날 이를 둘러싼 갈등과 각종 소송, 더 나아가 중국 게임사에 팔려 가는 운명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 '대박' 미르 IP를 둔 어색한 동거

액토즈소프트는 1998년 11월 1세대 MMORPG 게임으로 분류되는 미르를 개발해 출시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미르 시리즈의 장대한 서막을 연 게임이다.

액토즈소프트는 미르 출시 2년 전 국민대학교 컴퓨터동아리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회사다. 미르를 비롯해 '마지막 왕국', '천년' 등 히트작을 내놓으며 업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엔씨소프트, 넥슨 등과 견줄 정도의 인기도 누렸다.

액토즈소프트의 첫 작품 미르는 '전설'로 소개됐지만 정작 전설의 자리는 후속작 미르2에 넘겨줬다. 그리고 영광의 트로피도 미르2를 출시한 위메이드와 나누게 된다.

사연은 이렇다. 액토즈소프트는 창업 4년 만인 2000년 큰 변화를 맞는다. 창업부터 미르 개발 등에 핵심 역할을 했던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액토즈소프트의 경영 방침과 의견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개발 중이던 미르2를 창업한 위메이드에서 출시했다. 다만 창업 초기였던 만큼 액토즈소프트도 박 의장이 창업한 위메이드 지분 40%를 확보했다. 사실상 자회사 형태의 분사였다. 이 과정에서 양사는 미르2의 IP를 공유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액토즈소프트는 미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00년 4월 출시된 천년을 비롯해 마지막 왕국 등의 게임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0년 액토즈소프트가 기록한 매출액 51억원을 보면 △마지막 왕국 18억원 △천년 17억원 △미르 12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미르는 2001년 9월 무료 전환되면서 이듬해 매출 비중이 3%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분위기는 미르2가 소위 '대박' 터트리면서 달라진다. 2001년 3월 한국에 출시된 미르2는 같은해 11월 중국에 진출한다. 중국에선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수출된 미르2는 동시 접속자 수가 80만 명에 달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아류작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양산되는 등 중국에서의 인기는 다양한 기록으로 채워졌다. 2002년 기준 액토즈소프트의 매출액 215억원 중 미르2가 차지하는 비중은 85.1%(183억원)로 확대됐다.

◇미르 IP 갈등으로 촉발된 中 게임사 피인수…끝나지 않은 소송전

중국의 인기가 액토즈소프트에 웃음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위메이드와 어색한 동거를 했던 미르 IP 공동 소유는 액토즈소프트가 중국에 매각되는 불행의 씨앗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000년 액토즈소프트는 위메이드가 분사할 때 미르 IP를 두고 계약을 체결했다. 미르 시리즈 매출과 관련해 판매대행수수료와 개발비를 각각 매출액의 60%, 20%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기한은 2003년 12월 말까지다.

위메이드가 출시한 미르2는 중국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미르3 등을 출시하며 글로벌 전장을 넓혔다. 다만 IP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던 당시 중국에선 미르2의 인기에 편승한 불법 아류작들이 시장을 교란했다. 특히 중국에선 미르2의 현지 이름인 '열혈전기'를 딴 전기류 게임들이 쏟아져 위메이드는 물론 액토즈소프트에도 타격을 입혔다.

도화선은 중국에서 미르2 서비스를 맡았던 샨다게임즈(현 셩취게임즈·Shengqu Games Limited)가 붙였다. 2001년 6월부터 2년의 계약을 맺었던 샨다게임즈는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는 공동 전선을 구축해 대응했다. 2003년 1월 샨다게임즈에 계약 해지도 통보한다.

하지만 2003년은 양사가 대립하게 되는 기점이 된다. 샨다게임즈는 그해 7월 미르2를 복제했다고 의심받는 '전기세계'를 출시했다. 이어 8월에는 액토즈소프트와 미르2 서비스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액토즈소프트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로열티를 전액 수령했다. 반면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 결정에 반발하며 독자 노선을 걷는다. 그해 10월 중국 법원에 샨다게임즈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2004년 4월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는 화해의 손을 잡았다. 미르 IP로 인한 분쟁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위메이드도 밀렸던 로열티를 받아냈다. 반전은 다시 일어났다. 그해 11월 액토즈소프트가 샨다게임즈에 매각된 것이다. 한국의 1세대 게임사 액토즈소프트가 중국에 팔려 간 순간이다.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 샨다게임즈의 인연은 2007년 변곡점을 맞는다. 위메이드가 샨다게임즈에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키로 합의하면서다. 액토즈소프트는 보유하고 있던 지분 40%를 전량 매각하면서 세 회사는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이들의 인연은 10여년 가까이 흐른 2016년 다시 미르2 IP를 두고 맞붙었다. PC게임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IP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모회사로 지배력이 넘어간 액토즈소프트는 2016년 9월 중국에서 위메이드 등을 상대로 미르2 모바일 및 웹게임 라이선스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5월에는 한국에서 위메이드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정지 등의 청구 소송을 건다. 현재 액토즈소프트가 한국과 중국 등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20개가 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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