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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장]"현금이 왕" 바이오테크 '극과극' 생존법비용절감 모드 돌입…일부 자금난 업체, '코로나 테마' 편승

민경문 기자공개 2020-03-30 08:14:1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7일 1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바이오텍들도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가가 급등한 일부 진단시약업체 등이 아니라면 자금 운용의 묘가 절실해 보인다. 인원감축까진 아니지만 상당수 회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이유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비용 통제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현금이 부족한 업체들의 경우 주가 부양을 위해 코로나 테마에 편승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화두는 비용절감이다. 타업종 대비 매출 하락 부담이 적긴 하지만 보유 현금으로 버텨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당초 예정된 인원 확충이나 사무실 이전 계획도 잇따라 백지화하고 있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R&D 인력이 중심이 된 만큼 여타 제조 대기업처럼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진행되진 않겠지만 내부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경우 최근 주가 폭락으로 임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되는 모습이다. 상장 바이오텍 고위 임원은 “꿈을 먹고 사는 바이오텍 임직원 입장에선 기대를 모았던 스톡옵션 수익 전망이 낮아지면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이나 운용사 등 FI들은 이미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대한 비용 통제에 나서고 있다. 국내 VC 관계자는 “현재 보유 자금 기준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2배로 늘린 이후 이에 맞춰 R&D 계획을 다시 수립하는 중”이라며 “꼭 추진하고 싶은 과제가 있으면 웬만하면 정부 및 공동연구 과제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장사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시리즈 C나 프리 IPO(상장 전 자금유치) 단계 비상장사들의 기존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도 생겨났다. 결국 신규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IPO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 돼 버린 셈이다. 기관에서 자금을 받기 어렵다보니 바이오회사들의 투자 및 R&D 역시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결국 현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바이오회사들의 생존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타 제조업과 대비해 기본적으로 인건비 통제만 하면 버티기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바이오업체의 CFO는 “1년 회사 운영비용이 100억원 정도 나가지만 작년 말 펀딩을 마친 만큼 당분간 자금 여유는 있다”며 “매출 감소에는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금이 부족하고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업체들이다. 결국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등으로 조달을 위해선 주가를 어느 선까지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pandemic)에 맞춰 테마주로 시류에 편승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업체, CAR-T 개발업체 등이 돌연 R&D 방향을 코로나 치료제로 선회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씨젠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진단업체의 경우 최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는 “진단키트의 경우 수요가 적지 않고 당장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현 주가 흐름이 어느 정도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의 경우 언제 개발이 완료될 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 시국과 상관없이 ‘본업’인 항암제 개발에만 매진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주주들로부터 왜 주가 부양에 신경을 쓰지 않느냐며 질타도 많이 받고 있다”며 “지금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건 맞지만 당장 회사 정체성을 바꾸기도 어려운 만큼 향후 시국이 안정됐을 때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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