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코로나 위기 탈출 선봉…전략 차별화 통했다 [Deal Story]우량 크레딧, 이종통화 등 적극 활용…아시아물 물꼬, 위상 입증
피혜림 기자공개 2020-04-13 07:20:1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물(Korean Paper) 이슈어들이 아시아 발행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AA급 우량 크레딧을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 내 투심을 입증한 KDB산업은행은 물론 신한은행 역시 무난히 조달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시장은 물론 대만 투심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흥행을 이끌었다.달러채에 대한 변동성이 높아지자 이종통화 시장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3일 스위스 시장을 찾아 3억 스위스프랑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도로공사 역시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 조달을 준비 중이다.
◇한국물 조달 재개, 시장 회복 기류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됐던 한국물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 7일과 8일 각각 KDB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달러채 발행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서 흥행을 기록했다. 두 이슈어 모두 20억달러 이상의 주문을 모으는 등 넘치는 투자 수요를 기반으로 발행금리를 유통금리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최근 미국 시장 내 달러채 발행에 나섰던 역내 이슈어들이 유통물 대비 높은 금리를 감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KDB산업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된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AA급 아시아물이었다. KDB산업은행의 흥행으로 주요 이슈어들이 아시아 시장 내 투자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달초 AIA와 바이두, 인도네시아 정부 등이 아시아 시장 내 조달을 재개했으나 모두 A급 이하 크레딧물이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글로벌 채권 투심이 위축되자 아시아물 발행은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역내 이슈어가 금리를 높여 발행을 지속하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어 신한은행이 흥행 바톤을 이어받았다. 신한은행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은 물론 대만 시장을 공략해 발행금리를 끌어내렸다. 통상적인 글로벌본드(RegS/144a)와 달리, 해당 채권을 대만 시장에도 상장해 포모사본드(Formosa bond) 형태를 동시에 띄는 방식이다.
KDB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한국물 시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전력공사, 한국동서발전, KB국민은행 등이 조달을 준비 중이다. 2월 캥거루본드 발행에 실패해 달러채로 선회했던 한국광물공사 역시 이달 조달에 나설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략적 접근 주효, 이종통화 시장 관심도 급증
다만 시장 변동성 등을 감안해 이슈어들은 전략적으로 발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주요 달러채 유통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눈높이가 달라진 것은 물론 투심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은 적정 시기를 포착해 조달에 나섰다. KDB산업은행은 7일 프라이싱 전 상당 기간 조달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모니터링했다. 시장 내 수요가 포착되자 KDB산업은행은 AA급 우량 크레딧을 기반으로 과감하게 시장에 나섰다. KDB산업은행의 이번 딜은 관련 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기습 발행이었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만 시장을 활용했다. 글로벌본드 발행에 나선 신한은행은 동시에 포모사본드 시장에도 통로를 열었다. 통상적으로 이슈어들은 조달 작업 등이 까다로운 글로벌본드의 절차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포모사본드 시장을 찾지만, 신한은행은 투심 확대를 위해 해당 시장에 접근한 셈이다. 주요 투자자가 은행인 대만 시장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략은 적중했다. 전체 물량(5억달러)의 57%가 대만에 배정됐다. 대만 기관들의 호응을 기반으로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개월물 리보(Libor)에 170bp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전일 KDB산업은행이 3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 스프레드를 145bp로 확정한 것과 비교할 때 적정 가격(Fair value)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조달한 KDB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의 채권은 만기 및 신용등급 측면에서 차이가 상당하다.
스위스프랑채권 시장 역시 돌파구가 됐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3일 스위스 금융시장을 찾아 2억 스위스프랑채권을 발행했다. 스위스 시장 내 저금리 환경 등을 적극 활용해 달러채 유통금리 대비 안정적인 조달비용을 형성했다. 해당 채권의 발행금리는 0.875%로, 달러로 스왑할 경우 2% 초반대 금리가 형성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달러채 시장내 변동성이 커지자 이종통화 시장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이종통화 시장의 경우 달러채 대비 금리 안정성 등이 높은 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달러채 유통금리가 뛰어오르자 이슈어들은 지난해 글로벌 채권시장 호황기 대비 상당한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도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이달 3일 18억달러 채권 발행에 나서 5% 안팎의 발행금리를 형성했다. 국내 이슈어들 역시 달라진 시장 눈높이를 반영해 조달 기준 등을 재설정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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