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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라임 배드뱅크' 카드 왜 꺼냈나 라임 등록취소 불가피, 제3지대 만들어 출구전략…회수율 상승효과 '글쎄'

최필우 기자공개 2020-04-22 08:24:2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감독 당국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이 환매중단 펀드를 떠안을 배드뱅크를 설립할 예정이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또는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을 뜻한다. 이번 배드뱅크는 라임 펀드 판매사들의 출자로 설립될 예정이다.

배드뱅크 설립은 라임자산운용 청산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금융 당국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라임의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제3지대에 펀드를 이관하면서 출구전략을 마련했지만 배드뱅크 설립이 회수율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등록 취소사유 충분…회수전 장기화에 '고심'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손실 규모가 지속 확대되자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됐다. 환매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규모는 1조66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사모사채 투자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확정됐고 해외 무역금융펀드는 전액 손실도 가능하다.

'금융기관검사 및 제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건전한 영업 또는 업무를 심하게 저해하거나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인허가를 취소하는 게 가능하다.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에 미친 파장을 고려했을 때 인허가 취소 사유가 충분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올초 발생한 스타모빌리티 횡령 사건이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라임자산운용은 올초 환매중단펀드 자금 195억원을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 스타모빌리티가 불성실 공시 법인이 될 위기에 처하자 기존에 투자한 10회차 CB 상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차환 용도로 투자한 것이다. 이는 오히려 손실 금액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감독 당국이 라임자산운용을 퇴출하지 못한 건 회수전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이 최근 발표한 환매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상환 작업이 이어진다. 감독 당국이 아무 대안 없이 라임자산운용을 내쳤다간 회수 계획이 어그러질 위험이 있었다.

◇라임 판매 계열 운용사 이관 '난항'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펀드를 다른 자산운용사로 이관해 관리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다. 예를 들어 판매 금액이 큰 금융회사의 계열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떠안아 관리하는 식이다. 당국도 이같은 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타운용사 이관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감독 당국이 특정 자산운용사에 큰 부담을 안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산하 자산운용사들 역시 자발적으로 라임 펀드를 떠안을 이유가 없었다. 라임이 투자한 사모사채와 무역금융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전무한 데다 펀드 회수 작업에 필요한 라임 임직원을 고용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리 규모가 큰 공모펀드 운용사라도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떠안는 건 상당한 부담"이라며 "강한 반발이 예상돼 자산운용사 이관 안이 탄력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 당국은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선제적 감시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책임론에 휩싸였다. 책임론이 부각될 때마다 감독 당국은 민간 운용사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감독 당국은 이번 배드뱅크 설립으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작업에 대한 책임을 배드뱅크 출자자인 판매사에 완전히 떠넘겼다.

◇판매사, 빠른 청산에 더 관심…회수율 상승 가능할까

배드뱅크 설립이 급물살을 타면서 라임자산운용은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사실상 펀드 환매를 전제로 한 관리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신규 펀드 설정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관리해야 할 펀드 마저 없어지면 스스로 존속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라임이 청산되고 배드뱅크가 회수 작업 전면에 나서는 게 오히려 회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드뱅크 출자자는 판매사다.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회수율 극대화를 위해 힘써야 하지만 동시에 빠른 청산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가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어 다른 영업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회수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것보다 신속한 청산 작업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역금융펀드 환매 키를 쥐고 있는 싱가포르 로디움과 그 모회사가 배드뱅크와 진지한 협상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로디움은 라임자산운용과의 협상에서도 미온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라임자산운용이 회계 실사와 손실 처리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로디움이 선뜻 상환을 약속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청산을 전제로 설립된 배드뱅크와의 협상에도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배드뱅크를 출범시켰다기 보다 장기화되는 환매 작업을 위해 최적화된 틀을 갖췄다고 보는 게 맞다"며 "감독 당국과 판매사 모두 빠른 환매를 목표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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