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곳간 두둑' 서진시스템, 200억 자금조달 배경은현금성자산 400억 수준…베트남발 유동성 위기 대비 해석
조영갑 기자공개 2020-06-08 08:09:33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장비 케이스 전문업체 '서진시스템'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견조한 실적을 기반으로 현금성 자산이 두둑한 상황에서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베트남 등 해외법인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코스닥 상장사 서진시스템은 지난 1일 '신영에스케이에스 공동투자2017 사모투자합자회사'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고 납입까지 마쳤다. 발행 주식 수는 68만9655주이며, 발행가액은 주당 2만9000원이다.
서진시스템은 5G 시대를 맞으면서 단숨에 통신장비, 모바일, 반도체 부문의 강자로 올라선 기업이다.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코스닥 상장 첫해인 2017년 매출액 2379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 매출액 3246억원과 영업이익 369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매출액 3924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14%대까지 상승했다.
이 때문에 서진시스템의 이번 CB 발행을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견실한 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CB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곳간도 두둑한 편이다. 1분기 유동자산은 2611억원 수준이고, 이중 현금성 자산은 410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 역시 2019년 말 기준 110.96%로 양호한 편이다. 굳이 시급하게 외부 차입이나 유상증자를 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매출채권이 2019년 4분기 613억원에서 2020년 1분기 74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130억원 가량의 채권이 더 쌓인 셈이다.
서진시스템 관계자는 "2017~2018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기본적인 설비 투자를 마무리된 만큼 (이번 조달은) 설비에 투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회사가 메탈 플랫폼 시스템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틈새를 메우는 설비투자는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조달을 베트남 상황과 연관해 보고 있다. 서진시스템의 생산설비시설이 베트남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진시스템비나, 서진비나, 서진오토, 서진베트남, 텍슨베트남 등 통신장비, ESS(저장장치), 반도체 부문의 주요 생산설비가 위치해 있다.
서진시스템이 공시를 통해 밝힌 CB 발행 목적을 통해서도 베트남과의 연관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서진시스템은 공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진정 후 예상되는 신규 프로젝트 대응을 위한 베트남공장 시설 확충과 매출증가에 따른 원자재 구입 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후 모바일, 통신장비 등의 수주가 감소하면서 생산거점인 베트남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이는 베트남 현지법인의 실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625억원이었던 베트남 매출액은 올해 1분기 225억원으로 64% 급감했다. 반면 미국이나 국내 생산라인의 매출액은 늘었다. 미국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15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341억원에서 35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생산설비가 몰린 베트남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컸다.
베트남법인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이후 판매사 측에서 재고를 안 갖고 가는 상황"이라며 "현지 관계사나 협력사들의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통 제조라인은 주야간 2교대 근무를 했는데, 현재는 주간 라인만 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현금흐름도 둔화됐다. 서진시스템의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200억원을 기록하면서 현금이 빠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CB 발행을 베트남발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혹시 모를 대규모 영업손실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진시스템은 2011년부터 베트남에 생산설비를 집중시켜 통신장비, 모바일 금형 등의 제조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외형을 키웠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주요 고객사의 통신장비 투자가 다소 부진해지면서 매출액에 큰 타격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진시스템 관계자는 "(CB 발행은)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여유자금 확보로 볼 수 있다"며 "1분기 매출액이 크게 빠진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19에 맞춰 인원과 설비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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