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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비율 급등한 한화손보, 원인은 자산재분류 만기보유자산→매도가능자산 변경...236% 기록…등급전망 하향 조정

이은솔 기자공개 2020-06-12 10:09:51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0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손해보험의 RBC비율이 236%까지 급등했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 자산을 회계상 재분류하면서 자본확충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회계상의 변화이고 보험 업황 악화에 따른 수익성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용평가사의 등급 전망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1분기말 기준 RBC비율은 235.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은 181%로 한 분기만에 54.5%포인트 증가했다. 확연하게 증가한 수치다.

비결은 자산 계정의 재분류였다. 보험사들은 자산 부채 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장기채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채권은 매도를 위한 목적이 아니고 만기까지 보유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회계상 만기보유자산으로 분류한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에 따라 변동되지만, 만기보유자산은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매입할 당시의 장부가격 그대로 기록한다.

그러나 매도가능자산으로 분류할 경우에는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장기채를 매도가능자산으로 분류할 경우 평가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 한화손보의 매도가능금융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한화손보의 매도가능자산은 5조5200억원이었지만 올해 3월말에는 10조1400억으로 훌쩍 뛰었다. 만기보유자산은 지난해말 4조2100억원에서 올해 3월말에는 0원이 됐다. 만기보유자산 전액을 매도가능자산으로 옮긴 셈이다.

한화손보의 지급여력금액도 함께 늘어났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은 2조2665억원으로 지난해말에 1조9815억원에 비해 2850억원 증가했다.

지급여력금액은 보험사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해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하는 금액으로 RBC비율 산출의 근거가 된다. 지급여력금액은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등을 더해 구한다. 채권평가이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평가익이 늘면 지급여력금액도 늘어난다.

한화손보는 이런 RBC비율 제고효과를 위해 만기보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던 장기채를 매도가능자산으로 분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손보에 유상증자나 이익잉여금 적립 등 실제 자본확충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RBC비율을 '만들어낸' 셈인데, 회계상 이동은 조건만 맞으면 가능하고 실제로 한화손보가 RBC비율 유지능력도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평가사의 등급 전망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화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와 장기신용등급에 대한 아웃룩(전망)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보험금지급능력평가는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후순위채는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은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각각 변동됐다.

신평사 측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자산재분류로 인해 한화손보의 RBC비율이 크게 제고됐다는 점도 반영했다. 다만 보험영업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장기적 저금리 환경으로 투자이익이 감소하는 등 이익 창출 기반이 약화됐다는 점을 고려했다. 회사의 손익이 단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화손보가 자산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끌어올린 점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수익성이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과거 기대했던 요인들이 보험 환경 변화 등에 따라 희석되면서 '긍정적' 아웃룩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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