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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구속력 없는' 권익위 노크 이유는 사실상 우군 판단, 간접적 압박 의도…매각가 높이기 관측도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16 08:58:1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5일 16: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송현동 부지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권익위가 손을 들어주더라도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이나 구속력이 없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이 서울시와 직접 부딪히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3자인 권익위를 사이에 놓고 대척하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때 뒤따를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최근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일대에 문화공원을 만들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행정절차들을 막아달라며 권익위에 고충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문화공원 지정과 강제수용 의사 표명 등이 대한항공의 부동산 매각 작업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방해 근거로는 부지 매입에 관심을 보였던 15개 업체 가운데 아무도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가만히 있다간 헐값에 송현동 부지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액(4670억원)과 지급시기(2022년)가 자신들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각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재원확보 등을 이유로 언제든 조건변경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일단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권익위가 우군이 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익위의 결정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권익위의 시정권고나 의견표명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통상 대부분의 기관들은 권익위의 목소리를 가벼이 넘기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권고를 수용한다.

권익위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작년 8월까지 4년8개월간 각 기관에 시정을 권고한 2841건 중 2530건(89.1%)이 받아들여졌다. 수용되지 않은 건 274건(9.6%)에 불과했다. 수용률이 낮은 기관명을 공개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한 결과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수용률이 낮은 기관들이 개선을 지적받는 등 고충 해결에 앞장서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영향도 있다.

따라서 권익위가 대한항공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면 서울시가 이를 딱 잘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양측간 분쟁에서 대한항공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권익위의 권고와 국민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밀어붙이는 데 주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민원 신청을 통해 서울시의 광폭 행보를 잠시나마 멈춰 세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최근 부지 매입 보상비로 4670억원을 책정하고 도시관리계획 변경안 열람공고를 진행하는 등 관련 절차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빠른 시일 내 자금 확보가 필요한 대한항공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정작 대한항공으로서는 반가울리 없다.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의 핵심 내용인 만큼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권익위는 고충민원 접수 후 필요한 조사를 거쳐 합의를 권고하거나 행정기관의 장에게 의견을 표명한다. 그러면 행정기관의 장은 30일 이내에 처리결과를 다시 권익위에 알려야 한다. 특히 권고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유까지 함께 통보해야 한다. 일단 권익위가 이번 논란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서울시도 일방적인 절차 진행을 잠시 멈출 수 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최대한 매각 대금을 높여 받기 위해 이번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송현동 땅의 새 주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실익을 챙기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권익위의 결정과 무관하게 서울시가 욕심냈던 땅을 '눈치없이' 사겠다며 나설 업체가 없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서울시에 일정부분 책임을 물어 보상금을 최대한 높여받는 게 최선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예비입찰에 아무도 참여를 안한 이상 본입찰을 진행해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어차피 서울시에 땅을 팔아야 한다면 제값이라도 받자는 취지에서 권익위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가 결국 서울시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이상 대한항공으로서는 행정소송을 걸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한항공 역시 고충민원 제기 관련 보도자료를 내며 "송현동 부지 매각 진행과는 별도로 서울시와는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실히 협의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권익위의 판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서울시가 입장을 좀 바꿔주길 바라는 마음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충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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