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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구조조정]사업부 매각 대한항공, CS와 컨설팅계약 맺은 사연은사실상 주관사 지위…채권단 압박은 거세질 듯

최익환 기자공개 2020-06-09 10:23:39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8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기내식사업부 매각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인 가운데 크레디트스위스(CS)의 ‘애매한 지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사업부 매각에 소극적인 자세였던 한진그룹이 CS와 컨설팅 계약만 맺은 상황을 두고 산업은행이 사실상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 회계자문사로 선정된 삼정KPMG는 조만간 기내식사업부 등의 가치산정(밸류에이션) 작업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대한항공·산업은행 등과 공유할 방침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CS와 사업부 매각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맺고 △기내식 △MRO △마일리지 등 각 사업부 매각의 타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왔다.

CS와 대한항공이 맺은 계약의 명칭은 ‘자산가치 산정과 원매자 컨설팅’이다. 물론 정식 주관사 계약을 추후 시도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사업부 매각을 위해 맺는 정식 매각주관사 계약의 형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채권단의 자구안 요구가 달갑지 않은 대한항공과 사업부 매각을 바라는 산업은행의 현재 상황이 컨설팅 계약이라는 명목으로 CS를 선임한 배경이 됐다는 것이 시장 일각의 판단이다.

실제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경영진은 내부적으로 ‘조용한 매각’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왕산마리나와 송현동 부지 등을 내놓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사업부 매각이 달갑지 않을뿐더라 매각작업 이슈화에 따른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도 각 사업부 매각방안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산업은행-CS-대한항공’의 삼각관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미 사업부 매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채권단 산업은행조차 대한항공에 이를 직접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역시 거액의 유동성을 지원해준 채권단의 입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기형적 매각주관사 계약’이 탄생했다는 평가다.

산업은행과 돈독한 관계를 다져온 CS가 사업부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평가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CS가 원매자를 찾고 마케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채권단 산업은행의 입김이 다소 강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역시 정식 주관사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닌 만큼, 대외적으로나마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일축할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CS가 원매자를 찾아오면 산업은행이 이를 대한항공에 전달하고 사업부의 매각을 유도하는 형태로 봐야한다”며 “매도자 대한항공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채권단의 발언권이 얼마만큼 강해지느냐에 따라 매각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입김은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021년 말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2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요구한 상황에서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가능성은 대한항공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특별시가 제시한 가격이 예상보다 낮은 5000억원 미만 수준인데다 2021년이 되어야 매각금액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원매자들 역시 대한항공의 사업부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기내식사업부에는 이미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세부 전략까지 제시하며 관심을 드러냈고, 마일리지사업부에는 해외에서 관련 사업을 인수한 바 있는 글로벌 PEF 운용사가, MRO사업부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부 매각이 실현될 가능성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향후 사업부 매각이 대한항공에 의해 공식화될 경우엔 정식 주관사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한진그룹 경영진이 사업부 매각에 미온적이라는 점이 변수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대한항공은 사업부 매각을 최소화하면서 이미 내놓은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등을 매각해 유동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며 “송현동 부지의 공원화 시도로 대한항공의 계획 실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업부 매각에 대한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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