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노리는 중견게임사]스마일게이트, 자회사 IPO에 담긴 의미③권혁빈 의장, "스마일게이트RPG 자립에서 그룹 미래 찾는다"
서하나 기자공개 2020-07-02 08:14:44
[편집자주]
게임 업계 '허리'가 사라지고 있다. 수년간 각종 규제와 중국 게임사의 진격 등 어려운 환경이 지속하면서 자금력을 갖춘 대형 게임사만 살아남았다. 국내 게임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게임사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중견 게임사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1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립 18년 차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의 성공 덕에 어엿한 중견 게임사로 성장했다. '현금부자'가 되면서 기업공개(IPO)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정작 회사는 올해 초 신규 최고전략책임(CSO)을 선임하며 자회사 스마일게이트RPG IPO를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 스마일게이트가 IPO를 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로스트아크를 개발한 지원길 대표와 스마일게이트RPG의 자립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하면 회사의 상장 시기는 로스트아크 모바일 출시 직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혁빈 의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 젊은 사업가로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해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즐거움을 주는 스마일(Smile)과 즐거움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의 게이트(Gate)를 합성해 사명을 만들었다. 12명 남짓이던 회사는 2006년 온라인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하면서 성공 신화를 썼다.
크로스파이어는 출시 초반 국내에서 서든어택·스페셜포스 등 기존 FPS 게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자칫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권 의장은 빠르게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도전은 수천억 매출의 스마일게이트그룹을 만든 신의 한 수가 됐다.
스마일게이트는 2007년 크로스파이어를 중국·일본 등 해외에 출시했다. 2년 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에는 글로벌 동시 접속자 800만명을 넘겼고, 80여 개국에서 누적 매출 12조300억원(105억 달러)을 기록했다.
매출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2011년 1709억원이던 스마일게이트그룹 매출은 2016년 6649억원까지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1193억원에서 3812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그룹 매출의 약 90% 이상이 크로스파이어에서 나왔다.
하지만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6년을 정점으로 매출은 지난해 5185억원, 영업이익은 3581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대비 각각 17%, 26% 감소한 기록이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권 의장이었다. 크로스파이어 IP 사업, 모바일 강화를 위한 선데이토즈 인수 등 영역을 넓혔지만, 최대 과제는 여전히 크로스파이어를 이을 새 캐시카우 발굴이었다. 권 의장은 2011년부터 크로스파이어를 이을 차기작을 개발하기 위해 자회사 스마일게이트RPG를 설립했다.
권 의장은 PC 온라인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 개발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다. 지원길 스마일게이트RPG 대표의 총괄 아래 개발에만 7년, 제작비 1000억원이 소요됐다. 권 의장은 2018년 로스트아크의 출시 간담회에도 직접 참석했다. 로스트아크는 서비스 첫날 동시 접속자 25만명 대기록을 썼고, 이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이란 영광도 안겨줬다.
무엇보다 로스트아크는 매출이 감소세였던 스마일게이트에 전환점이 됐다. 2016년 35억원이던 스마일게이트RPG 매출은 2018년 333억원, 지난해 795억원 등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43억원으로 흑자전환도 이뤘다. 그러면서 스마일게이트그룹 매출도 2016년 6649억원에서 지난해 8873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는 스마일게이트RPG가 차기작 로스트아크 모바일 버전을 개발하는 데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권 의장에게도 남다른 의미다. 내부 관계자는 "권 의장은 늘 크로스파이어 덕에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알리고 그룹을 키웠지만 자신과 회사의 밸류업은 후속작 '로스트아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을 하곤 했다"며 "IPO를 통해 지 대표와 스마일게이트RPG의 자립을 지원하고 미래 먹거리를 키우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금부자인 스마일게이트가 상장에 나설 이유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스마일게이트RPG의 상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 대표에 대한 권 의장의 신임도 상당히 두터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자금도 서서히 스마일게이트RPG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현금자산은 2016년 약 3549억원에서 지난해 3636억원으로 비슷하다. 반면 이 기간 스마일게이트RPG의 현금자산은 120억원에서 215억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올해 초 스마일게이트RPG는 단독 경영총괄로 김정환 최고전략책임(CSO)을 선임했다. 그동안 스마일게이트에서 재무 등 경영관리를 도맡으며 개발조직처럼 운영됐던 회사는 김 CSO를 선임한 뒤 모든 경영관리 조직을 모두 그를 중심으로 재정비했다.
상장 시기는 로스트아크 모바일 오픈 직전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신작 출시 직전은 '단체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적기다. 단체광고 효과란 신작 출시 직전 최고점을 찍은 주가에 맞춰 IPO를 발표해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거두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출시 시기와 IPO 등은 경영진이 최종 컨펌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앞서 펄어비스가 검은사막M 발표와 함께 IPO에 나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 방식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주관사 선정 이후 준비는 하고 있으나 구체적 일정 관련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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