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빅4 빅뱅]LG화학 배터리부문 '역대급 흑자'…'변곡점'될까돈먹는 하마→캐시카우 기대감…완성차 업체 이니셔티브 흔들릴수도
박상희 기자공개 2020-08-03 08:26:1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1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2000년 연구개발(R&D)에 착수한 이래 20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사상 최대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체 배터리 분야에서 수익성 확보라는 신호탄을 쏘아올리면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LG화학이 대규모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도 주목된다.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완성차 업체들은 엔진 대신 모터·배터리 등으로 부품이 전환되기 때문에 공급망 생태계를 다시 짜야 한다. 아직은 배터리 업체가 완성차 생산기업으로부터 수주물량을 따내야 하는 '을'의 위치에 있지만 친환경차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배터리 업체 입김이 세질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 이익 규모 매년 30% 성장 전망
LG화학은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전지부문에서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유럽, 중국 등 전세계 친환경 정책 확대에 따른 전기차 판매 증가, 북미지역 대규모 ESS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25% 증가했다.
LG화학의 분기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은 배터리 부문에서 경쟁사 대비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다는 방증이다. 업계는 LG화학이 올해 약 9조원의 매출을, 내년에는 약 16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및 LG화학의 수주잔고를 고려했을 때 매년 3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매출 성장보다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이익 흑자전환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턴어라운드는 2018년 4분기 반짝 흑자 달성 이후 처음이다. LG화학은 이번 흑자전환이 폴란드 공장 수율 안정화, 원가 구조 혁신 등을 통해 이룬 실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구조적인 이익 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흑자전환이 더욱 반가운 것은 일시적인 흑자전환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계속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생산 능력을 올해 말까지 100GWh로 늘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흑자 폭은 하반기부터 본격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에는 자동차 전지 유럽향(向) 출하량 확대, 자동차용 원통형 전지 판매 증가 등으로 매출 성장과 견조한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간 흑자는 물론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로 이익 규모도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LG화학은 전망했다.
◇테슬라도 고객사로…규모의 경제 이뤄, 수주보다 수익성 먼저 고려
LG화학은 기술력, 수주잔고, 시장점유율 뿐만 아니라 흑자전환을 통한 수익성 확보로 재무성과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기준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24.2%를 차지해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외형 성장과는 달리 1분기까지 전지사업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사인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의 CATL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테슬라의 주요 공급업체인 파나소닉과 중국의 전기차 산업 장려 정책에 힘입은 CATL은 이익을 내왔다.
LG화학은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어 그 동안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만을 운영하는 CATL의 시가총액은 약 76조원이며, LG화학은 석유화학 등 다른 사업부문을 포함하고도 약 37조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번 흑자 달성 및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으로 향후 시장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배터리 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이익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일감을 따내는데 혈안이 돼 왔다. 수주 생태계에서 배터리를 발주하는 완성차 업체는 '갑', 수주하는 배터리 업체는 '을'의 포지션일 수밖에 없었다. 배터리 간 입찰에서 경쟁사를 제치기 위해 '저가 수주'를 감행하는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에서 진행한 1·2차 E-GMP 입찰이 대표적이다. E-GMP는 '일렉트릭 글로벌 모듈러 플랫폼(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약자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1차 입찰에는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SDI, 중국 CATL 등 국내외 11개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1차 배터리 공급사는 SK이노베이션이 선정됐고, 2차 입찰 물량은 LG화학이 확보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그룹 E-GMP 1차 물량을 수주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유럽의 폭스바겐, 르노, 볼보,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포르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확보한 수주 물량도 150조원을 웃돈다.
글로벌 톱티어 수준 배터리 업체로 성장하면서 과거보다 이익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가격적인 측면을 내세워 영업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생겼다는 말이다. 최근 전기차업체 선두주자인 테슬라로부터 배터리 물량을 수주한 게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아니다.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했던 경험 없이 곧바로 전기차 시장 개척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만 생산하는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한국의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로 주력상품을 옮기고 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만 확보한다면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 생산 생태계에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가 '신성장동력'이라면서 투자를 계속해왔지만 이익을 내지 못해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도 들어야 했다"면서 "LG화학이 전지 분야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를 큰 변화를 가져올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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