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 경쟁사와 다른길 간 '해외사업' 줄적자 현지기업 인수전략, 코로나19에 생산차질 대응 불발…구조조정·차입금도 부담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24 07:20:3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0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 농심 등 선두 제과업체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폭발적인 해외실적을 자랑하고 있지만 롯데제과는 줄줄이 적자실적을 기록했다. 공식적으로는 코로나19 파장이 국가별로 다른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서는 롯데제과의 해외시장 공략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롯데제과는 1994년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당시엔 같은 제과사업을 하는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공동출자 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당연히 주도권은 일본 ㈜롯데가 확보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당시 한국 롯데그룹을 담당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세계경영'을 선포하면서 롯데제과도 독자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그 시작이 2004년 인도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Parrys)사의 인수였다. 인도 4대 제과회사 가운데 하나로 연간 매출은 약 300억원 규모였다.
이후 2008년 벨기에 초콜릿 회사 길리안(Guylian), 2011년 파키스판 콜슨(Kolson), 2013년 카자흐스탄 라하트(Rakhat) 등을 줄줄이 인수했다. 현재 롯데제과가 보유한 해외 종속기업 10곳 중 8곳이 현지 제과업체를 인수한 경우다. 롯데제과의 제품을 현지에 판매하는 법인은 2007년 설립한 러시아 법인과 2011년 설립한 싱가포르 법인 두 곳 뿐이다.
롯데제과는 자사 제품으로 현지화에 나서는 게 아닌 현지회사를 인수해 로컬제품의 경쟁력을 사는 전략을 썼다. 오리온이나 농심 등이 자사 제품을 들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빠르게 현지화를 이루는 차원에서 인수합병(M&A)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가 현지 제과업체를 인수하며 쓴 투자규모만 7000억원을 넘어선다.
이미 현지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기업을 인수한 데 따라 초기 안착비용을 크게 투입하지 않고도 실적을 냈다. 지난 10년간 실적을 보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약 6700억원, 순이익은 490억원 정도다. 10년 전인 2010년 각각 3000억원, 15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타격이 닥치면서 갑자기 해외실적이 맥을 못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자회사 매출은 2600억원, 순이익은 6억2000만원에 그쳤다.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매출 2850억원, 순이익 22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저조하다.
이는 인도, 카자흐스탄 등 현지 자회사의 생산공장이 셧다운 되면서 로컬 제품을 만들지 못한 결과다. 로컬제품을 판매하는 터라 당연히 국내 재고를 활용할 수도 없었다. 면세점에서 많이 판매되는 길리안 초콜릿의 경우엔 공항이 폐쇄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내부적으로 추진 중인 구조조정과 차입금 중심의 경영전략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자회사의 경우 매출이 9억원 늘었지만 순손실은 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됐다. 초코파이 등 국내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러시아 자회사의 경우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했지만 외화차입금에 따른 환손실로 35억원 순손실을 봤다.
반면 경쟁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및 개학연기로 인해 몰린 과자수요에 반사이익을 누리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기업 인수가 아닌 자사 제품을 들고 해외시장에 나간 오리온의 경우에는 기존 재고 등을 충분히 활용하며 10%대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반사이익이라는 수혜 덕에 판관비도 크게 쓰지 않아도 매출이 급성장 했다.
롯데제과는 국가별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수준이 달라 경쟁사와 다른 실적을 보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서는 생산이 뒷받침 되지 못해 경쟁사들이 다 누린 반사이익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재고관리, 공급 및 판매전략, 재무전략 등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예를들어 롯데제과와 같이 초코파이를 주력으로 생산 및 판매하는 오리온의 러시아 법인의 경우 매출이 26%, 순이익이 108% 증가했다. 외환손실 탓에 대규모 적자를 본 롯데제과와 대조적이다.
롯데제과 내부적으로도 해외전략에 대해 재조정할 필요성을 의식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자회사를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이 국가마다 각각 달랐고, 특히 카자흐스탄, 인도 등 셧다운에 돌입하면서 생산에 큰 차질이 생겼다"며 "경쟁사들과 전략 및 진출국가가 다르기 때문에 상이한 실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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