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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의 우리사주 딜레마 thebell desk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20-08-25 08:12:15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4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7월 초 SK바이오팜은 축제 분위기였다. 역대급 IPO 흥행을 자랑했다. 주가는 연일 상승세였다. 비상장 바이오업체로선 그야말로 롤모델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부러움을 넘어 시기심의 대상이었다.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주식이었다. 일부 임원이나 팀장급 이상 인력은 아파트 몇 채에 해당하는 평가익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최근 이를 지켜보는 시장 안팎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SK바이오팜 직원 몇 명이 퇴사했는지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홍보팀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직판에 나선 뇌전증 신약 마케팅에 주력해도 모자를 판국에 ‘한탕’ 또는 ‘퇴사’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어쩌면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부에선 우리사주가 오히려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이 두 달여 지난 가운데 SK바이오팜의 최근 주가는 힘을 잃고 있다. 퇴사자 증가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SK바이오팜이 미국 FDA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은 대기업 계열사지만 이제 막 상장에 성공한 ‘적자 바이오기업’에 불과하다. 실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증명해야 하지만 직원 이탈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일부에선 퇴사 직원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사주는 신규 상장하는 기업이 발행 주식 일부를 직원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다. 복지 차원에서 자산증식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임직원이라고 해도 계속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긴 어렵다. 어느 이상 주가가 오르면 매도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호예수 조항 때문에 당장 주식을 팔 수가 없으니 퇴사를 택하는 셈이다.

SK바이오팜 사례는 우리사주 대박이 직원들의 일하는 동기를 고취하기보다 정반대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원으로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당장의 목돈 확보에 매몰되기 마련이다. 우리사주를 덜 받고 더 받은 직원 사이에선 미묘한 갈등이 초래되기도 한다. 경영진으로선 이 같은 우리사주의 딜레마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리사주 제도 자체의 단점을 언급하기에는 SK바이오팜의 상황이 '특수'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단위 밸류에이션에 비해 직원 수(약 200명)가 적다보니 우리사주가 많이 배정될 수밖에 없었다. 공모가격이 시장 친화적인(?) 수준으로 결정됐다고 알려진 점은 '따상'에 결정적이었다. 결국 수십명의 직원들이 퇴사할 만큼의 지분가치가 이례적으로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에서 불거진 우리사주 리스크는 후발 IPO 주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장을 준비중인 일부 바이오업체는 금감원에서 'R&D 인력 이탈 위험'에 대한 보완 서류 작성을 요구받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스톡옵션' 장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직원들의 동기 부여책 측면에서 우리사주보단 효율적인 건 분명해 보인다. 회계적 비용 부담과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 등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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