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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인베스트먼트를 움직이는 사람들]'그로쓰캐피탈 투자 선봉장' 오탁근 상무·정주완 부장③1600억 '갭커버리지' 운용 주역, '토종 유니콘' 육성 한뜻

박동우 기자공개 2020-09-07 07:42:51

[편집자주]

2006년 문을 연 SV인베스트먼트는 펀드레이징, 투자실적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업계 상위권 하우스로 자리매김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브릿지바이오 등 유망 기업에 과감한 베팅을 하면서 의미 있는 트랙레코드도 쌓았다. 이제는 사모펀드(PE) 운용과 해외 투자까지 보폭을 넓히며 벤처캐피탈의 모범으로 거듭났다. SV인베스트먼트의 전성기를 여는 핵심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약정총액 합계가 1600억원에 이르는 '갭커버리지 펀드'가 출범했다. 이를 계기로 SV인베스트먼트도 벤처펀드 대형화 흐름에 동참했다. VC1본부 소속 오탁근 상무와 정주완 수석팀장(부장)은 하우스의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투자를 주도하는 선봉장이다.

두 사람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날갯짓하는 유니콘 기업을 길러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단일 산업군에 얽매이지 않고 '업의 본질'과 '미래 사회상'에 주목해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찾아다닌다.

◇ '제너럴리스트' 오탁근 상무, 주식 유통·발행시장 종횡무진 '내공'
오탁근 SV인베스트먼트 상무

오탁근 상무는 2007년부터 10년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서 활약한 경험을 보물처럼 여긴다.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자질을 체득한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주식의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을 종횡무진한 덕분에 SV인베스트먼트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그가 증권사에서 처음 맡은 업무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비상장기업을 컨설팅하는 일이다. 그의 손을 거쳐간 업체만 10곳이 넘는다. LG이노텍, 에스엔에스텍, 휴비스 등 소재·부품 제조사들의 증시 입성을 도왔다.

7년 가까이 IPO팀에 있다가 2014년 스몰캡(small cap) 애널리스트로 옷을 갈아 입었다. 시장에서 저평가됐지만 성장성이 뛰어난 중소형주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종목들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럽게 투자가를 동경했다. 자기자본투자(PI) 부서,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 '바이사이드(buy-side)'에 둥지를 튼 지인들의 근황을 접하며 갈증을 느꼈다.

오 상무는 고심 끝에 벤처캐피탈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8~10년의 만기를 설정한 펀드를 운용하기 때문에 당장 수익률 변동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력이었다"며 "피투자기업 경영진과 함께 사업 전략을 짜고 도움을 주는 심사역들의 행보도 흥미진진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새 진로를 찾다가 눈에 띈 곳이 SV인베스트먼트였다. 회계사 출신으로 투자은행(IB)업계를 거쳐 벤처캐피탈에 뛰어든 박성호 대표의 커리어를 살피면서 오 상무는 동질감을 느꼈다. 때마침 유지화 전무의 러브콜을 받고 2017년 하우스에 합류했다.

그가 몸담은 VC1본부는 그로쓰캐피탈에 방점을 찍은 조직이다.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후기 기업에 건당 50억원 안팎의 금액을 투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 출범한 갭커버리지 펀드 3호와 3-1호의 실탄을 활용하고 있다. 약정총액 합계가 1589억원인 초대형 벤처펀드다.

지난 3년간 쌓은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바이오, 반도체,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누적 투자 금액은 400억원 안팎이다. 대우증권 시절에 다진 인적 네트워크가 딜(deal) 소싱의 비결이다. 암 치료기 개발 업체 다원메닥스, 환자 서비스 앱을 만든 레몬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습 의욕도 남다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을 업종을 분석했다. 물류업의 성장 가능성이 돋보였다. 온라인 쇼핑 영역이 팽창하면서 가장 많이 수혜를 받을 섹터라고 확신했다. 네이버를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여 냉장 물류 스타트업 아워박스에 베팅한 이유다. 기업간 화물 운송 과정에 IT를 접목한 와이엘피에는 팔로우온(후속투자)도 단행했다.

오 상무의 목표는 간명하다. 국내·외에서 주목받을 유니콘 기업을 길러내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평가한다"며 "특정 섹터에 연연하지 않고 업계 여기저기를 부지런하게 돌아다녀야 될성부른 벤처를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업의 본질 접근' 정주완 수석팀장, '탐구·검증' 자세 무장
정주완 SV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

정주완 수석팀장은 오 상무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파트너다. 함께 힘을 합쳐 갭커버리지 펀드 3호의 자금을 집행한다. 그동안 1·2호 펀드 실탄을 활용해 라온피플, 더네이쳐홀딩스 등 세컨더리(구주 투자) 딜에 집중하다가 올 들어 투자 보폭을 넓혔다.

SV인베스트먼트 입사 3년차에 접어든 그는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정립하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피보팅(사업 전환)을 거쳐 업의 본질에 접근하는 창업팀'을 찾아내는 것이 제일의 원칙이다.

수산물 유통 모바일 앱을 운영하는 더파이러츠에는 정 수석팀장의 시각이 녹아들었다. 그는 "직접 나서 올해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이끌었다"며 "'인어교주'라는 개인 블로그에서 출발해 페이스북·유튜브 채널을 거쳐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단계적 확장을 모색하는 경영진의 전략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쓰면서 검증하는 습관도 몸에 배였다. 팔로우온을 염두에 두며 34억원을 초기 투자한 엔코드가 대표적이다. 명품 프리오더(선주문) 플랫폼인 디코드 앱을 1년 넘게 쓰면서 유럽 부티크(명품 전문점)에서 물량을 바로 가져오는 방식의 효용을 따졌다.

꼼꼼하게 탐구하는 자세는 정 수석팀장의 경력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거쳐 환경 분야 컨설팅 업체 에코앤파트너스에 몸담은 적 있다. 당시 KT의 친환경 경영 전략을 제언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회사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이 사회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국내에서 처음으로 분석하는 성과를 일궜다.

관찰과 분석에 능통한 만큼 검증하기 수월한 투자 섹터에 관심을 쏟는다. 요즘 그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의식주'다. 일상 생활과 관련된 제품·서비스의 수요가 꾸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관 업종이 무궁무진하다는 점 역시 정 수석팀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 수석팀장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내공을 쌓겠다는 마음을 안고 SV인베스트먼트에 들어온지 3년이 흘렀다"며 "성장 경로를 관찰하고 사업 아이템을 검증하는 철학을 접목해 유니콘의 반열에 오를 만한 업체들을 계속 물색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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