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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을 움직이는 사람들]박준 부회장, 해외 시장 개척 '선봉장'②미국 성공신화 발판으로 '승승장구'…부서 간 협력체제 강화로 '신성장 동력' 마련

김선호 기자공개 2020-10-06 13:10:12

[편집자주]

농심은 1965년 롯데공업으로 시작해 반세기 만에 국내 라면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춘호 창업주가 강조한 식품 연구개발의 성과는 2세 경영체제로 진입하며 해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역사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벨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농심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그룹에서 중심 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는 식품업체 ㈜농심이다. ㈜농심의 사업 전략에 따라 나머지 5개 계열사가 움직이는 구조다. 그 중심엔 오너 일가를 제외할 시 전문경영인으로서 수장을 맡고 있는 박준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자리잡고 있다.

㈜농심에서 박 부회장은 해외 사업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 이어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까지 해외 시장 개척에서 박 부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의미다.

㈜농심이 해외에서 첫 도전장을 내민 곳은 미국이다. 1971년부터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던 중에 1980년대 초 직접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세웠다. 이는 지금에서야 신의 한수라는 평가을 받지만 당시만 해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승부수였다. 여기서 일군 성공 신화는 박 부회장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글로벌 도약 발판을 만든 ‘일등공신’

1948년 생인 박 부회장은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그 뒤 1981년 ㈜농심으로 이직한 후 해외 사업을 줄곧 맡아왔다.

박 부회장은 미국 사업을 딛고 1991년 ㈜농심에 입사한지 10년만에 국제담당 이사로 임원 배지를 달았다. 줄곧 국제사업부를 담당하다 회장실장 부사장을 거친 뒤 2005년 국제사업총괄 사장 자리에 앉게 됐다.


㈜농심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미국 지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신춘호 회장이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미국 시장에 발을 디딘 초기였다. 젊은 나이의 박 부회장에게 맡겨진 첫 과제로, 당시 농심이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시기였다.

당시 미국 라면 시장은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었다. 때문에 ㈜농심은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장해나갔다. 이 가운데 1984년에 너구리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면서 성공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교포 시장은 ‘한국 라면’이 성공을 거두었다며 ㈜농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농심은 중국으로 향했다. 1992년 한·중 수교로 정상화되자 이를 기점으로 상하이(1996년), 칭다오(1998년), 센양(2000년)에 공장을 건립했다. 이 과정 속에서 박 부회장은 중국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최근 미국 법인의 매출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2005년 설립된 LA의 제1공장이 최근 포화에 이르렀다. 지난해 미국 법인의 매출은 2917억원에 이른다. 올해 3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농심은 지난해 미국에 제2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부지면적만 제1공장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라면에 이은 신제품 개발…'우분투 정신'

㈜농심이 최근 해외 시장 개척에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생수 사업을 위해 라면을 중심으로 구축해온 해외 유통망을 활용하면서다. 해외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박 부회장에게는 쉴 틈이 없다. 올해 박 부회장의 나이는 만 72세다.

박 부회장은 올해 초 주총에서 “라면, 스낵, 생수 등 주력 제품의 매출과 수익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해외사업 가속화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차별화된 신기술과 기존 사업을 탈피한 신성장 동력 확보 등 미래사업 개척에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연결 기준

㈜농심에 따르면 박 부회장이 경영총괄을 맡으면서부터 조직 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각 담당 부서가 각자의 업무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다 박 부회장이 수장에 오르면서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부서 간 협력 관계를 형성해 제품 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등 경영효율화를 이뤄냈다는 평이다.

박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우분투’로 요약된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코사족에서 유래된 말로 '네가 있어 내가 있다. 내가 곧 우리다'라는 정신을 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를 핵심 가치로 삼고 각 부서가 담당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 조직 단위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부문장이 참석하는 협의체인 '상품화 회의'가 신설된 배경이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생산·마케팅부문 등 내부 부서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본사에서의 든든한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 부회장은 각 분야별 전문가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온 셈이다.

덕분에 ㈜농심은 2012년 자체 브랜드 ‘백산수’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국내 생수 1위 브랜드 ‘삼다수’의 유통계약이 해지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제품 개발과 해외 사업의 경쟁력이 뒷받침이 돼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박 부회장은 ㈜농심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지내고 있었다.

㈜농심은 중국 길림성 정부에서 인가한 수원지 보호지구 안도현 이도백하진 내두천을 수원지로 백산수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보다 중국에서 먼저 백산수가 출시된 이유다. 이를 시작으로 ㈜농심은 2015년 생수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해외 사업을 확장해 에비앙을 넘어서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농심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격 없이 직원들과 소통을 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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