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타계]'악전고투' 삼성, 과도기 6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이건희 회장 2014년 와병 뒤 이재용 부회장 '뉴삼성' 기틀…사업 재편 및 미래 투자
김은 기자공개 2020-10-26 07:41:43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타계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총수 역할이 공고해졌다. 이 부회장은 앞서 2014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사실상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과 실제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회장'직은 물려받지 않았다. 과도기적 총수 체제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6년의 과도기 동안 삼성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방산·화학 계열사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대형 인수합병(M&A)과 QD디스플레이 투자, 바이오사업 확장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힘썼다.
◇화학·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사업 재편 속도
6년전인 2014년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부진을 겪던 시기다. 2014년 연간 영업이익은 25조251억원으로 전년대비 32%나 급감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체질 개선과 회사 안정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삼성의 선택은 내실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과 미래 투자였다.
삼성은 화학·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영역은 과감히 정리했다. 삼성의 화학계열사는 5곳(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석유화학, 삼성BP화학, 삼성정밀화학)에 달했지만 쪼개져 있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 LG화학 1개사의 영업이익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회장은 2014년 11월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 네 곳을 한화그룹에 넘기기로 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2015년 9월에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을 공식 출범했으며 그룹 내 소규모 사업재편도 단행했다. 삼성은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이 정리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을 알리는 대규모 사업 재편의 시작이었다.
2016년 삼성전자는 해외 기업인 ASML과 시게이트, 램버스 등의 지분을 잇달아 매각했다. 전체 매각 대금은 1조원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투자 자산을 효율화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만 등 글로벌 기업 M&A 추진, 2016년 이후 대형 거래 전무
매각을 일단락 한 뒤 삼성전자는 인수 합병에 나섰다. 과거 삼성은 일부 기술 보완이나 현지 생산거점 마련 등의 이유로 M&A를 진행했지만 이재용 체제 이후 삼성은 새로운 사업에 접목하기 위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로프페이, 조이언트, 데이커, 비브랩스, 하만, 푸디언트 등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에 지분 투자했다.
2016년 인수한 조이언트의 경우 삼성페이, 삼성 녹스 등 기존 무선사업부 서비스를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는데 기여했다. 또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를 인수해 이를 '빅스비'란 서비스로 진화시켰다.
인수 합병의 백미는 2016년 11월에는 국내 M&A 사상 최고액인 80억 달러에 하만을 인수한 일이다.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시장 점유유을 한번에 올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삼성은 인공지능, 5G, 반도체, 바이오 등 4대 미래 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해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장기 투자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13조원짜리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도 내놓았다. 사업 재편을 일단락하고 삼성의 체질을 개선시키는 작업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뉴삼성' 구축 가속화, 사법리스크 극복 과제
삼성은 거버넌스 면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삼성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4세 승계포기, 무노조 경영폐기, 신사업 추진 등을 공언했다.
올해 2월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준법 경영 강화를 요구함에 따라 독립기관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이어 3월에는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장관을 의장으로 선임하며 경영체제를 투명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삼성에겐 여전히 험로가 예정돼 잇다.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력 사업 실적감소, 여기에 사법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삼성호를 이끌게 되면서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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