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11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팁스(TIPS)는 2013년 정부가 도입한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사업이다. 팁스 창업팀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최장 3년까지 최대 1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벤처캐피탈이나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유치한 투자금(1억~2억원)과 정부의 지원 자금이 더해진 금액이다.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과 자본이 절실한 초기 스타트업에게 팁스 입성은 천금같은 기회로 여겨진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설립 3년 이내에 수익을 내기 힘들다. 때문에 팁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오랜 기간 소요되는 아이템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정부 지원금 형태로 지급되는 까닭에 지분 희석도 방지할 수 있다.
‘팁스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은 덤이다. 해외 M&A나 증시 입성 등에 성공한 창업팀이 잇따라 배출되면서 팁스 출신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몸값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과 네이버 품에 안긴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등이 팁스를 빛낸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팁스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팁스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이 올해까지 유치한 투자금만 3조원에 가깝다. 이 가운데는 IPO와 인수합병(M&A)에 이른 기업도 포함돼 있다.
다만 팁스 창업팀은 특이사항이 발생하거나 과제를 수행할 때 마다 엄청난 양의 페이퍼워크를 해야 한다. 기술 개발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때에 이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는 만큼 자금 사용이 쉽지 않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같은 단점에 벤처 투자 활황이 맞물려 최근 팁스를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벤처생태계에 유입되는 자금이 불어나면서 팁스의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다. 팁스에 도전하기 보다 초기 단계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 전략을 세우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몸값이 일시에 치솟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팁스 좋긴 한데 지원금 이상 투자 받을 수 있으면 굳이..." 설립 1년차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만 해결한다면 팁스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로 읽혔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극히 일부에서만 감지되고 있다. 향후 이런 경향이 확대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팁스의 역할을 다시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벤처생태계로 투입되는 자금은 지금보다 더욱 쏟아질 게 자명하다. 유동성이 더욱 풍부해 진다면 팁스의 의미는 점차 희미해 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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