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더벨 헤지펀드 포럼]"사모펀드, 모험자본 역할 미흡했다"서재완 금융감독원 팀장 "자율적인 내부통제 작동해야...무너진 신뢰 회복 시급"
김수정 기자공개 2020-11-16 07:45:49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3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대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사모펀드 업계가 공멸할 것이다. 사모펀드 업계 참여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스스로 자정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주길 당부한다."서재완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 자산운용제도팀장(사진)은 1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0 더벨 헤지펀드 포럼'에서 '사모펀드 관리 감독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날 포럼은 '위기의 사모펀드 생존 전략은'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서 팀장은 최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중심으로 터진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에 대해 "2015년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한 이후 전문사모 운용사와 사모펀드가 급증하는 등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 저금리 장기화로 상대적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일부 운용사가 위법 행위를 하면서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고 부연했다.
당시의 규제 완화 취지가 충분히 달성됐는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서 팀장은 "금융당국이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한 건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는 통로로 사모펀드가 적극 활용됐으면 하는 취지였다"며 "기술력 있고 성장성 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사모펀드 자금을 받아 성장하고 이를 통해 사모펀드 시장도 성장하는 선순환을 기대했던 건데 지금 사모펀드 사태들을 보면 당시 기대했던 취지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서 팀장은 최근 사모펀드 사태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펀드 포함, 금융상품 관련 사고라고 하면 흔히 불완전판매 형태로 많이 발생했다"며 "운용사의 불건전하고 불법적인 운용 때문에 발생한 이번 사고들을 보면서 감독 당국으로서도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라임의 경우 구조적으로 만기 상환이 어려운 상품들을 만들어 운용했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하거나 비시장성 자산에 너무 많이 투자했다"며 "옵티머스는 각종 투자 설명서의 내용과 다르게 운용하면서 펀드 자금을 횡령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판매사 관리 소홀 지적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라임이나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나 판매사에 대한 대규모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며 "그간 판매사가 좀 안일하게 상품 판매에 임했던 게 부매랑이 돼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판매사도 이제 사모펀드 판매 자체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고 수탁사도 엄격하게 수탁을 심사하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 성장 정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서 팀장은 일련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의 효용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하루빨리 사모펀드 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업계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할 역할이 있고 이런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에게 훌륭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며 "사모펀드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 투자자들이 사모펀드를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사모펀드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대응책으로 지난 4월 내놓은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소개했다. 제도개선안의 골자는 △시장 규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 △취약구조 보완 △감독·검사 강화 등이다. 서 팀장은 "운용사 내부통제와 중요 의사결정구조를 강화하고 판매사가 운용사의 불합리한 펀드 운용을 견제하도록 하는 동시에 수탁기관의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할 것"이라며 "유동성 리스크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순환투자 구조 펀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부실 운용사를 적극 퇴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판매사가 자체적으로 운용사, 수탁사 등과 협의해 판매한 사모펀드들이 투자설명서 내용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보도록 했다"며 "감독원도 지난 9월 꾸린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향후 3년 간 300개 가까운 전문사모 운용사 전체에 대해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안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시간 걸리기 때문에 당장 꼭 필요한 판매사와 수탁사의 견제 기능은 지난 8월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우선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제는 풀어야 하고 시련은 극복해야 한다"며 "불신이란 고리를 빨리 떼어내지 않으면 문제시되는 사모펀드 운용사뿐 아니라 전체 사모펀드 시장이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감독 당국의 사전 감시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운용사나 판매사 등 사모펀드 시장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감독당국에 사모펀드 관련 사고의 사전 예방을 위한 노력 의무도 있지만 그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메스 들고 훼손된 부위를 도려내는 외과의사 같은 역할 많이 부여돼 있다"며 "때문에 사전에 시장 참여자들 내부적으로 내부 통제, 자율 규제가 제대로 작동해야 문제가 곪기 전에 해소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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