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재무 숨통 트인 아시아나, 고용불안 우려 '극심'사업구조 동일, 간접부문 중복인력 최대 1000명…"HDC현산 때보다 우려 커"
유수진 기자공개 2020-11-18 14:00:29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대한항공으로 바뀐다. 1년 가까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유지해오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인수를 포기한 지 2개월 만이다. 딜 무산 후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던 아시아나항공은 어제의 경쟁상대를 오늘의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일단 새 주인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적 숨통이 트인 셈이기 때문이다. 신주 및 영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당분간 운영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됐다. 다만 새 주인이 동일사업을 영위하는 대한항공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인 우려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 63.8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함께 확보하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추후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67.36%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양사는 모든 선행조건의 충족을 전제로 내년 6월30일 또는 양방이 합의하는 날 거래를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종결이 내년 9월30일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해제가 가능해진다. 유일하게 기업결합심사 미충족이 원인인 경우에만 3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늦어도 내년 말 전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한고 있는 3대1 무상 균등감자가 다음달 무사히 주총 문턱을 넘는다는 전제에서 실현되는 시나리오다. 감자가 무산되면 주당 발행가액과 신주발행 물량을 다시 계산해 정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한항공이 최대주주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산업은행과 한진그룹간 '통큰' 합의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가 시작된 지 2개월 만에 다시 새 주인을 찾게 됐다. 무엇보다도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으며 코로나19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감자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뒤 영구채를 발행하면 자본확충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내부적으로 걱정하는 건 구조조정 이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와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주인이 바뀌면 경영진 교체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구조조정 관련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사업구조가 동일해 중복인력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과 화물 운송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대형항공사(FSC)다. 큰 틀에서 볼 땐 겹치는 사업이 대부분이고 보유 기종이나 주요 노선도 서로 엇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양사를 합병하고 조직 및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동반될 거란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고용에 대한 우려는 특히 관리직 등 간접부문에서 주로 불거진다. 기재를 고스란히 가져가는 만큼 운항승무원이나 객실승무원 등은 상대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산출한 간접부문 중복 인력은 약 600~1000명 가량이다.
조원태 회장 역시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인수후 통합(PMI)'에 각별히 신경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회장은 "통합 이후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양사 임직원들이 모든 처우와 복지를 차별없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도 직원승계와 고용안정을 챙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대한항공 노동조합과 함께 공동성명을 내고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인수되며 국내 항공시장을 경젱체제로 전환했다는 자부심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출범 이후 대한항공 독점체제를 끝내고 항공운임 하락 및 서비스 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겨왔었다.
아시아나항공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지 오래돼 새 주인을 찾았다는 건 놀랍지 않지만 그게 대한항공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동종업계의 사업구조가 비슷한 기업이다 보니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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