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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젤의 '그라운드 제로 거리두기' thebell note

최은수 기자공개 2020-11-25 08:13:58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08: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보툴리눔 톡신 업계는 어느 때보다 큰 변수에 직면했다. 정부와 식약당국은 관련 규제의 문턱을 대폭 높였고 신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계 원조 메디톡스와 국내 상위 제약사 대웅제약,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충돌이 야기한 변화다. 이들의 분쟁이 종종 핵폭발에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휴젤은 대충돌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한 업체다. 그라운드 제로는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등 핵무기가 폭발한 중심지를 뜻한다. 좌표 오차가 '제로(0)'라는 뜻으로 해당 지역 위의 생물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사투를 벌이는 동안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국내 업계 최초로 중국 시장 정식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렇다고 휴젤이 대충돌의 무풍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핵폭발 중심부에선 모든 생물을 사멸시키는 섭씨 5000도의 초고열이 발생한다. 이후 주 피폭반경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지역에 후폭풍과 방사성 낙진이 뒤따른다. '메디톡스 vs 대웅제약'의 대충돌 후폭풍도 이에 못지 않게 살벌하다.

정부와 식약당국은 단순히 규제의 고삐를 죄는 걸 넘어 기존 허가를 받은 균주도 적정성 여부를 따지겠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이제 막 움이 튼 신생업체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 거목으로 자란 휴젤 또한 후폭풍의 위력을 가늠하고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들어 대손충당금을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억원이나 많이 쌓았다. 휴젤은 대손충당금과 관련한 자세한 내막을 알리지는 않았다. 다만 주로 3년 넘은 매출채권 잔액이 집중적으로 증가한 점을 보면 이 채권에 대한 손상 평가를 했을 개연성이 크다. 부실자산을 회계연도에 반영해 위험을 제거하는 빅배스(Big bath)로 읽힌다.

휴젤의 3년 초과 매출채권은 시기상 중국 따이궁(代工, 구매대행인)과의 거래 미수금일 공산이 크다. 따이궁 시장은 비허가 시장이었기에 2017년 이후 중국 당국의 규제 철퇴를 맞아 쇠락했다. 휴젤은 일찌감치 따이궁과 거래를 접고 중국시장에 정식 진출을 타진했다. 중국 톱 티어 제약사 사환제약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이 마당에 부실 채권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낙진을 뒤집어 쓴 과거를 끌어안는 것과 마찬가지다. 메디톡스가 당국으로부터 주력 제품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는 위기에 놓인데엔 관계가 틀어진 따이궁 업체가 악의를 품고 당국에 투서한 것도 한몫했다는 것이 일각의 세평이다.

유능한 선장은 새 시대를 열기 위한 항해에서 폭풍우를 만난 배를 지키고자 수하물을 바다로 던지는 결단을 내린다. 올 초 IB업계에선 휴젤의 경쟁력을 슴슴한 평양냉면에 비유하며 극찬한 적이 있었다. 휴젤의 최근 행보가 과거와 절연하고 배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맞다면 이 평가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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