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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업계 평균 '8배' 넘는 채권매각 의존도 당기순익 대비 매각익 비중 400%…삼성 '27%' 교보 '69%' 확연한 차이

이은솔 기자공개 2020-12-04 07:23:0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보험이 다른 생명보험사들에 비해 높은 채권매각익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당기순익 대비 채권처분익 비중이 업계 평균의 8배를 상회했다.

보험업황 악화에 따라 채권매각을 통한 이익 방어는 보험사의 공통적 현상이다. 다만 한화생명 채권매각 규모는 경쟁사보다 그 폭이 커 장기적 관점에서 보유이원의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익 대비 매도가능증권처분손익 비중은 402%로 국내 생명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화생명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150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각익으로 4600억원 가량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생명보험업계 평균에 비해서는 8배 높은 수치다. 2019년 생보사 평균 순익 대비 매각익 비중은 49%였다. 생보사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은 지난해 순익의 27%, 교보생명은 69% 가량을 매각익에서 얻었다.

당기순이익 대비 매도가능증권 처분손익 비중은 보험사의 채권매각 의존도가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당기순익 대비 채권매각익이 적은 회사는 영업손실이 크지 않아 매각의 필요성이 적었다는 의미다. 반면 순익 대비 매각익이 높은 회사는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운용수익, 그중에서도 보유자산 매각으로 방어했다는 뜻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생명보험사 평균치보다 높은 채권 매각 의존도를 보였지만 지난해는 그 수치가 평년에 비해서도 크게 높았다. 2019년 영업이익 적자를 내며 순익이 전년 대비 크게 떨어졌던 영향도 있다. 한화생명의 2019년 당기순익은 1150억원으로 2018년 3590억원, 2017년 525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며 채권 가격이 높아지자 한화생명은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듀레이션 관리를 위한 '교체매매'였다. 보험사는 보유한 장단기 채권을 통해 운용수익을 낼뿐 아니라 자산부채관리(ALM)도 진행한다. 보유 계약이 긴 보험의 특성상 미래에 돌려줄 보험부채에 맞춰 자산도 장기로 관리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과거 매입한 채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잔여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새로운 장기채를 매입해 듀레이션을 유지한다. 이를 원수사들은 '교체매매'라고 표현하는데, 이때 동시에 비싼 채권은 팔고 값싼 채권은 매입하기 때문에 매각익이 발생한다.

가령 과거 고금리 시절 발행한 30년짜리 채권을 매각하고 현재 저금리 상황에서 발행된 30년짜리 채권을 매입할 경우 전체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격이 오른 채권을 팔아 가격이 저렴한 채권을 샀기 때문에 매각 차익이 발생한다. 동시에 금리가 높았던 채권이 빠져나간 자리를 낮은 금리의 채권이 채우면서 보유자산금리는 하락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해외장기채권을 팔고 국내장기채권을 매입하는 기조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말 전체 자산의 29%를 차지하던 해외채권은 올해 상반기말 26%로 줄었고, 같은 기간 국내채권은 41%에서 44%로 늘었다. 한화생명은 IR을 통해 국내외 채권의 매력도 변화에 따라 교체매매를 진행한 것이지 의도적인 매각익 실현은 아니라고 강조했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채권 매각을 두고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매각익을 실현한 것으로 봤다. 보통 분기당 1500억 정도를 매각하던 한화생명이 지난해에는 한 분기에만 3500억원의 매각익을 실현했기 때문에 교체매매라기에는 규모가 다소 크다고 해석했다.

보유채권을 매각한다는 것은 미래에 실현 가능한 이익을 먼저 끌어다쓰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보유이원의 질을 떨어트린다. 듀레이션은 유지되더라도 운용자산이익률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한화생명이 공개한 IR 자료를 보면 보유자산의 이율이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생명의 금리부보유이원은 2018년 상반기 3.62%에서 2019년 상반기 3.45%, 올해 3분기 3.21%까지 떨어졌다. 채권매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던 2019년 이후 보유이원 하락 폭이 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채권매각을 통해 수익을 방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다만 보유한 고금리 채권은 한정적인데 타사보다 빨리 이 곳간을 헐어버리면 추후 운용수익률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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