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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금융채시장 판도 변화]외화 유동성 풍부, 은행 축소…질적 성장 집중②상업은행 비중 급감, 역대 최저…커버드본드·호주달러채 등 다변화

피혜림 기자공개 2020-12-14 14:33:28

[편집자주]

한국물 이슈어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민간 금융사의 기세가 거세다. 발행시장 중심에 있는 상업은행은 물론 금융지주사와 여전사, 증권사, 보험사 등이 빠르게 조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내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동시에 시장에 진입해 다채로움을 한층 끌어올렸다. 금융사의 한국물 시장 진입과 조달 흐름 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4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주요 발행사였던 상업은행의 조달세가 움츠러들고 있다. 2020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상업은행의 외화채 발행량은 26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 이래 상업은행 조달량이 20억달러대를 기록한 건 시장 위축이 극심했던 2015년 뿐이었다.

대신 이들은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한국물 시장을 찾은 상업은행은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과 캥거루본드(호주달러채권) 등 그동안 조달에 나서지 않았던 영역을 공략해 투자 저변을 확대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상당한 이력을 쌓은만큼 이젠 발행 자체보다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상업은행 비중 급감, 조달 수요 줄어

국내 상업은행의 외화 조달은 한국물 시장과 함께 성장했다. 지난 십여년간 시중은행은 매년 한국물을 찍어 글로벌 기관에 물량을 공급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비교적 높은 국제 신용등급을 보유한 데다 자산 성장에 기반한 조달 수요가 맞물린 결과였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도 이따금 발행에 나서 물량을 뒷받침했다.

상업은행은 연간 전체 한국물 발행량의 15% 안팎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냈다. 대부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발행한 채권이었다. 이들 4개 은행은 꾸준한 조달로 글로벌 기관에 한국물을 인식시키는 것은 물론, 벤치마크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020년 국내 상업은행의 조달 기류가 급변했다. 올해 상업은행의 공모 한국물 발행량은 26만 3724만달러로, 전체(307억 1203만달러) 물량의 9% 비중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 이래 상업은행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발행량이 가장 적었던 2015년에도 상업은행은 전체 물량의 12%를 담당했다.

2020년 발행된 은행채 대부분은 국민은행의 몫이었다. 미화 환산 기준 15억 7040만달러를 발행했다. 뒤를 이어 신한은행(7억 8164만달러), 우리은행(2억 8520만달러) 순이었다. 과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0억달러, 5억달러 안팎의 외화채를 매년 발행했으나 올해는 조달량이 줄었다.

하나은행과 지방은행 물량은 제로(0)였다. 특히 하나은행은 4월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RegS/144a)가 만기도래했지만 공모 한국물 시장을 찾지 않았다. 지난해 14억달러의 물량을 조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외화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발행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했다. 3분기말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479억 496만달러로, 올 1분기말 대비 12조원 가량 증가했다. 달러 예금 등의 증가로 외화 조달에 대한 필요성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자산성장세가 둔화된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자산성장률은 GDP 성장률과 부동산 등 정부정책 효과에 연동된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거시적인 경제 성장이 위축되다보니 은행 역시 해당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인지도 확보 충분, 펀딩 다변화·차별화 초점

하지만 2020년은 국내 상업은행의 질적 성장이 돋보인 한해였다. 발행량은 줄었지만 유로화 커버드본드와 캥거루본드 데뷔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그동안 글로벌 기관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했다면, 이젠 더 나아가 개별 은행만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를 끊은 건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외화채 투심이 위축됐던 올 4월 KDB산업은행의 뒤를 이어 과감히 조달에 나섰다. A급 한국물 기업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달러채였다.

신한은행은 글로벌본드를 택한 것과 동시에 해당 채권을 대만에 상장시켜 포모사본드 요건을 갖췄다. 아시아와 유럽, 미국과 함께 대만 역내 시장을 공략해 투자처를 넓힌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세 차례의 딜로 '최초' 수식어를 섭렵했다. 5월 한국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채권'을 등장시킨 데 이어 7월 시중은행 최초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올 11월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한국물 후순위채를 찍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캥거루본드 데뷔로 조달 통화를 확장했다. 올 10월 4억 호주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해 보수적 특성이 강한 호주 기관을 사로잡았다. 우리은행 호주지점 성장에 발맞춰 펀딩 수단을 한층 넓혔다. 마찬가지로 신한은행 역시 올 9월 한국물 최초의 소셜 캥거루본드를 발행해 호주 기관 투심 잡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된 외화채 발행으로 글로벌 투자자에게 익숙한 이슈어"라며 "딜에 새로운 스토리를 담아 참신함을 더하는 것은 물론 스프레드를 더 낮출 수 있는 기반으로 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글로벌 채권 발행량이 급증하자 기관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성 역시 고심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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