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대한항공, 기내식 계약 '교통정리' 나설까경영권 변동시 풋옵션 발동…기존 사업자 엑시트 후 매각 관측
최익환 기자공개 2020-12-18 08:35:45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7일 1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걸림돌로 지목되는 기내식 관련 계약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사업자들과 맺은 기내식 계약에 따르면 경영권 변동이 있을 경우 풋옵션을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이들과 협의를 통해 투자회수 기회를 주고, 대한항공이 이를 다시 사들여 되파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진그룹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기내식 계약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인수 관련 상세실사는 최근 시작됐으나, 이전부터 인수측은 기내식 계약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 주로 계약 종료 방안과 종료 시 발생하는 비용 등에 대한 내부 논의를 심도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계약은 지난 2016년 맺어졌다. 당시 하이난항공그룹(HNA)의 계열사였던 게이트고메스위스(Gate Gourmet Switzerland GmbH)와 아시아나항공은 6대 4의 지분율로 합작사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 건설현장 화재로 기내식 공급이 어려워지는 등 이슈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게이트고메스위스의 계약에 따르면 귀책사유로 합작 해지사유가 발생할 시 양측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통해 합작계약을 청산하게 된다. 계약서에 명기된 귀책사유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변동 등도 포함돼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며 기존 기내식 계약을 해지 대신 변경하려 했던 이유 역시 풋옵션 조항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실사 과정에서부터 기내식 계약금액이 과도하고 불합리하다는 인식 하에 인수후 통합(PMI) 과정에서 이를 바로잡을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며 “풋옵션을 지불하고 새 공급처를 찾기 보다는 기존 계약을 수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GGK의 기내식 공급가액은 대한항공이 한앤컴퍼니의 신설법인 대한항공C&D에 약속한 계약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라는 게 주요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GGK의 기존 계약이 변경 없이 유지될 경우 한앤컴퍼니에 보장하는 금액도 올려야 해 비핵심사업 매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빠른 시일 내에 GGK와 대한항공C&D의 ‘불편한 동거’를 정리해야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은 GGK 이전 기내식 공급업체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의 2심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이 지고 있는 기내식 관련 우발부채는 최대 1조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는 LSG와의 소송가액과 GGK가 행사할 수 있는 풋옵션 가액을 합친 수치다. 이는 대한항공이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기판사업을 매각한 가격과 맞먹는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기내식사업 매각대금으로 확보한 1조원의 현금을 아시아나 기내식 관련 교통정리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GGK와 LSG 등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이들 이해관계자들을 엑시트 해주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기내식사업 매각 대금이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구조가 성립됐고, 향후 FSC 통합 과정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라도 기내식 계약의 우선 정리는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GGK의 경우 하이난항공그룹의 경영난으로 인해 지난해 RRJ캐피탈로 최대주주가 바뀐 상황이다. 계약해지에 따른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풋옵션을 조건으로 협의에 나설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LSG 역시 모기업 루프트한자(Lufthansa)의 경영난으로 현금확보가 절실한 만큼, 협의를 통해 자연스러운 엑시트 기회를 보장받고자 할 유인이 크다.
대한항공이 협의를 통해 GGK와 LSG가 요구하는 금액을 다소 낮추고, 이들 기내식 사업을 사들여 한앤컴퍼니에 되팔 경우, 대한항공은 기내식의 평균적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다. 한앤컴퍼니 역시 통합 FSC에 대한 기내식 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어 가장 유력한 접근방안으로 떠오른다.
대한항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야 할 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협의에 당장 속도가 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1~2년 내에는 LSG와 GGK 등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기내식업체들에게 합의를 제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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