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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사이언티픽 잭팟 수혜자 된 '특수관계자들' '조건 이점' 머큐리 등 12회차 60억 매입, 보통주 행사로 80억 평가익

박창현 기자공개 2020-12-29 08:10:59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4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티사이언티픽 12회차 전환사채(CB)를 취득한 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서 100%가 넘는 투자 수익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해당 CB는 티사이언티픽이 만기 전 취득한 물량이다. 소각하지 않고 머큐리와 이에셋글로벌 등 특수관계자들에게 취득 물량을 팔았다. 특수관계자들은 전환청구권 행사기간 임박, 전환가액 리픽싱 등 이점이 많은 투자 기회를 잡았고 결국 잭팟까지 터졌다.

티사이언티픽 12회차 CB는 사연이 많은 발행물이다. 지난해 10월 타법인 주식 취득 자금 마련을 위해 12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관계회사였던 빗썸코리아(당시 비티씨코라아닷컴)가 투자자로 나섰다.

발행 한 달만에 변화가 생긴다. 티사이언티픽이 발행 물량의 절반인 60억원을 조기 상환했고, 취득한 사채는 소각했다. 올해 6월 들어서도 사채권자와 협의를 통해 잔여 물량 6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다만 이번에는 취득 CB를 재매각했다.

12회차 CB 조기 상환을 결정한 시점이 올 6월 17일이다. 재매각은 하루 뒤인 18일에 이뤄졌다. 사실상 취득 후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일사천리로 거래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이목은 재취득 투자자에 쏠렸다. 4개월 뒤부터 곧바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데다 투자 매력도를 가늠하는 전환가액이 최초 1616원에서 1310원까지 떨어져 가격 이점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투자 기회를 잡은 주인공은 티사이언티픽 특수관계자인 '머큐리'와 '이에셋글로벌'이었다. 여기에 투자조합인 '줄1호조합'도 거래에 참여했다. 머큐리는 코스닥 상장 통신장비 업체로 티사언티픽의 손자회사격이다. '티사이언티픽→아이즈비전→머큐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 이에셋글로벌은 타시이언티픽이 파워넷과 함께 공동 대주주(각 30.61%)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분 관계가 얽혀 있는 그룹사이자 특수관계자들이 티사이언티픽 CB 투자 기회를 잡은 구도다.

반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티사이언티픽은 12회차 CB를 60억5000만원에 취득한 후, 이를 60억6300만원에 다시 넘겼다. 사실상 별다른 이익 없이 원가에 투자자 측에 물량을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CB 재매각이 이뤄진 시점에 티사이언티픽 주가는 2000원대에 형성돼 있었다. 전환가액과 비교해 80%가량 더 높은 수준이다. 이 주가가 유지되면 무조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판이 깔아진 셈이다. 이후에도 주가가 4000원을 훌쩍 넘어서자 지난달 20일 CB 투자자들은 전량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전환청구권 행사로 새롭게 발행된 주식 수는 458만주에 달하며, 이는 전체 발행 주식수의 10.84%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환청구권 행사 당일 티사이언티픽 종가는 4630원이었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5개월 만에 투자 원금을 제외하고도 152억원에 달하는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대박 기회를 잡았다. 최근 들어 주가가 3000원 대까지 조정됐지만 여전히 두 배가 넘는 평가익이 기대된다.

다만 구체적인 차익 실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CB 투자자 측은 티사이언티픽과 특수 관계인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투자 지분율이 5% 미만이라 공시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사이언티픽 12회차 CB 물량은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전환가액도 시가보다 낮아 투자 매력도가 충분했을 것"이라며 "이익 실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연히 특수관계자 등 우호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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