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규제 맞춘 택시 면허가 발목? 면허 매입해 운영했지만 업황 부진 이어져…현금성 자산 266억으로 급감
서하나 기자공개 2021-01-20 08:17:1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9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 국토교통부 규제에 맞춰 직접 인수한 택시 회사 9곳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택시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택시 업계는 손실을 보고 있다.일각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회사 재매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마땅한 원매자도 없고 택시 면허 값은 하락 추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로서 택시 회사를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 없지만, 이미 보유 중인 택시 회사를 팔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내내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는 운송업에도 예외 없이 불어닥쳤다. 택시 사업이 내내 불황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서울 택시 회사의 평균 가동률은 50%대에 그쳤다.
택시 면허 수익은 가동률에 좌우되는데 일반적으로 100대 중 60대 이상을 가동해야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다. 택시 회사 총 9곳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한 택시 업계가 지난해 내내 적자를 봤단 소리다.
국토부 규제에 맞춰 단기간 택시 회사 매입을 결정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사업 인수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8월부터 약 3개월간 자회사겸 특수목적회사(SPC)인 TJ파트너스를 통해 진화택시·중일산업·신영산업운수·경서운수·재우교통·명덕운수·원일교통·신성콜택시·동고택시 등 총 9곳의 법인 택시 회사를 인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으로 735억원 규모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단기간 택시 회사를 직접 매입하기로 한 배경엔 국토부 규제의 영향이 있었다. 당시 국토부는 택시 회사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에 반드시 택시 면허를 활용해 사업을 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지난해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렌터카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정면돌파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택시 업황이 급격히 악화하자 상황은 뒤집혔다. 일각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TJ파트너스 산하의 택시 회사 9곳의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직접 택시 회사를 운영 및 관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이 누적되자 사업을 중단하려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계로부터 면허 매입 요청이 많았으나 현재는 추가 면허 매입은 계획이 없다고 고사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직영 택시 회사의 경영 상태가 개선되고 있어 면허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 회사에 불어닥친 불황은 카카오모빌리티에 직접 손실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택시 회사 매각에도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진화택시를 인수할 당시 면허당 7000만원 선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시세보다 비싼 값을 쳐 준 가격이었다. 하지만 2년 새 택시 면허 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최근엔 5000만원대에도 택시 면허를 거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 전언이다.
정주환 전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회사를 떠난 데도 택시 회사 인수에 따른 피로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정 전 대표는 2015년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 출범을 주도한 인물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를 대표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았다.
그는 지난해 2월 돌연 카카오모빌리티를 떠나 카카오 신사업 총괄로 이동했다. 2019년 6월 정주환·류긍선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카카오모빌리티는 류긍선 대표가 단독으로 이끌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모빌리티 경영성과를 이유로 카카오로 복귀한 것은 아니다"라며 "마침 카카오 신사업을 이끌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본인의 뜻에 따라 회사를 떠난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년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면서 곳간이 급격히 줄고 있다. 연결기준 2017년 말 1994억원이던 현금자산은 2018년 말 1073억원, 2019년 말 266억원 등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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