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첫 대형 바이아웃 성사에 시장도 '화들짝' 자문사 배제 전과정 홀로 소화…향후 투자 행보 주목
한희연 기자공개 2021-01-20 14:07:0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캐나다 콘텐츠 플랫폼 왓패드(Wattpad)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대형 M&A 거래의 물꼬를 텄다. 이번 딜은 네이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 딜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유망기업 발굴과 투자에 적극적이었지만 이는 주로 소규모 딜에 그쳤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에 따라 과감한 투자를 보여준 이번 딜을 계기로 앞으로 대형 M&A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한국과 미국, 캐나다의 관련기관 승인 등의 절차 후 상반기중 최종 클로징 될 예정이다. 거래규모는 약 6억 달러다. 이로써 네이버는 역대 M&A 중 최대 규모 바이아웃 딜의 기록을 세웠다.
네이버는 그동안 M&A 시장에서 상당히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던 전략적투자자(SI)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수의 딜을 성사시키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는 11월 말 다른 재무적투자자(FI)들과 함께 버킷플레이스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11.33%를 취득했다. 버킷플레이스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의 운영사다. 같은달 푸드 딜리버리 서비스업체인 '생각대로'의 운영사 인성데이타에도 350억원을 투자했다.
8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미스틱스토리와 SMEJ Plus에 각각 120억원, 415억원 등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6000억원에 달했던 CJ그룹 계열사들과의 지분 스왑 딜을 제외하고는 네이버가 추진했던 딜 규모는 주로 소규모에 집중됐다. 벤처기업들을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 투자에 적극 나서 소형 M&A에 강점을 보여 왔다는 평가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까지 국내외 타법인 출자(최초취득일과 금액 기준) 건수는 37건으로 취득금액은 7000억원을 웃돈다. CJ 딜과 SM엔터 투자 등이 4분기중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만 1조원을 웃돈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예년에 비해 전체 투자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으나, 건수를 감안하면 대체적인 딜 규모는 중·소형에 그쳤다.
하지만 올초부터 대형 글로벌 M&A를 깜짝 성사시키자 이번 딜을 계기로 빅딜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억 달러의 규모를 감안하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향후 글로벌IP 확장의 성장 청사진을 위해 상당히 큰 전략적 결정을 내린 셈이다. 네이버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으로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꾀해 왔는데, 세계 1위의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확실한 브랜드 인지도를 얻게 됐다.
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이 확고하다면 화끈하게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업계에 확실히 심어준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가 앞으로 M&A 시장에서 더욱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번 딜은 네이버의 첫 글로벌 대형 딜이었지만 따로 자문사를 선임하지 않아 더욱 눈길을 끈다. 통상 국내 기업이 해외 매물을 인수할 경우 현지 사정이 밝은 글로벌IB의 도움을 받곤한다. 하지만 이번 왓패드 인수건에서 네이버는 IB를 따로 선임하지 않고 딜의 전 과정을 소화해 냈다.
이는 최근 이어온 M&A 인력충원 노력과 맞물려 이목을 끈다. 네이버는 지난해 M&A 경력이 풍부한 인력을 중심으로 인재확보 노력을 벌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SM엔터와의 전략적 제휴, CJ그룹과의 지분 스왑 등이 잇달아 성사되자 업계에서는 인력을 충원한 네이버의 투자 확대 기조가 본격화되는 조짐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유망기업 발굴과 소규모 투자를 주로 진행해 왔지만, 지난해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한 후 대형 투자건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다"며 "이번 왓패드 투자건은 네이버의 투자 색채변화를 업계에 확실히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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