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텐츠' 빅딜, 네이버 직접 등판한 까닭 자사주 활용 가능성 유력…자사주 가치만 5.7조+자본 7.4조
서하나 기자공개 2021-01-21 08:08:3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한다. 무려 6500억원(6억달러) 규모다. 미국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 구조를 짜고 있는 네이버가 웹툰엔터테인먼트(웹툰엔터) 대신 직접 딜을 주도했다. 배경엔 자사주 활용 가능성 등 재무적인 이유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네이버는 20일 글로벌 콘텐츠 사업 다각화 및 북미사업 강화를 위해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Wattpad)' 지분 100%를 약 6532억원(6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왓패드 주식 78.43%을 직접 취득하고 나머지 21.57%(5361만7421주)는 왓패드 주식 각각 10.89%, 10.69%씩을 보유한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 Inc.) 등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한국이 아닌 미국 중심의 글로벌 IP 사업을 펼치기 위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결정했다. '원 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가장 활성화된 미국에서 웹툰사업의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키워보겠단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승부수였다. 그 결과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가 웹툰 사업의 중심이 돼 모회사였던 네이버웹툰(한국)을 비롯해 와통엔터테인먼트(중국), 라인디지털프런티어(일본) 등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가 완성됐다.
이번 딜에선 웹툰엔터가 뒤로 물러나고 네이버가 직접 인수 주체로 나섰다. 결과적으로도 네이버가 왓패드 주식 100%를 보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네이버는 당장 왓패드를 웹툰엔터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무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네이버가 직접 나서는 편이 이번 딜을 끌어가기 수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이번에도 자사주를 활용해 딜을 진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만약 이사회에서 자사주 활용안이 부결돼 현금이나 차입을 활용하더라도 네이버가 직접 나서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네이버는 자사주 활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네이버가 밝힌 약 6532억원은 전액 현금으로 왓패드 지분을 취득할 경우의 금액이다. 만약 자기 주식을 활용할 경우 지급 비중에 따라 거래가가 약 7081억원까지 상향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사주 1889만8600주(지분율 11.5%)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주가인 30만원으로 환산하면 5조7000억원 규모로 산출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자사주 1%(209만4340주)만으로 CJ 대한통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과 6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네이버의 재무 여력도 양호하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약 7조411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수에 필요한 약 6532억원의 11배 이상이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만 해도 약 1조4414억원에 이른다.
차입 여력도 충분하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약 1465억원, 순차입금은 마이너스(-)1조0618억원이었다. 별도기준 총차입금과 순차입금 역시 485억원, 1조1035억원으로 양호했다. 이 기간 네이버의 부채 비율은 19.7%(별도기준), 108.4%(연결기준)에 불과해 무척 양호한 수준이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액 현금이나 자사주 지급 등 구체적인 거래 방식을 결정하지 않았다"라며 "자기주식 처분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를 마친 뒤 다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웹툰엔터는 이제 막 발걸음을 떼고 있는 단계다. 향후에는 미국 할리우드를 거점으로 네이버 IP 사업의 중심축 역할 제대로 수행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규모나 형태로 봐도 지사에 가까운 모습이다. 웹툰엔터의 지난해 말 자산총액은 약 151억원이었다. 지난해 6월 네이버가 웹툰엔터 지분 약 66.6%를 취득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약 3448억원이었다. 이를 전체 지분 가치로 환산하면 약 517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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