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대주주의 반격,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동일인' 지정 영향은 대기업집단 총수 지위 유지할듯…2010년께 시작된 공동경영 합의, 10년 만에 '파열음'
박상희 기자공개 2021-01-28 10:12:1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8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10%)인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과의 공동 보유 관계 해지를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박 상무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당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다만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동일인은 박 회장이다. 박 회장의 지분율은 6.69%에 불과하지만 금호석유화학 그룹의 총수로 돼 있다. 박 상무의 공동 보유 관계 해지 선언으로 공정위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박 상무는 27일 금감원에 기존 대표보고자와 공동보유관계 해소에 따른 특별관계 해소 및 대표보고자 변경으로 인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했다. 기존 대표보고자는 박 회장이다.
그동안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을 대표보고자로 선임해 보유주식에 대해 보고를 했다. 그러나 그동안 유지하고 있던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하기로 함에 따라 박 회장과 박 상무 간에 더 이상 의결권의 공동행사 등 공동보유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주식 보유 상황을 개별 보고키로 했다는 게 해당 공시의 의미다.
실제로 박 상무가 주식 보유 보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박 상무는 박 회장과의 주식 공동 보유 관계에 따라 공동 보유자로 분류돼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 에 따르면 '공동보유자'란 본인의 합의나 계약 등에 따라 주식등을 공동으로 취득·처분하거나, 주식등을 공동 또는 단독으로 취득한 후 그 취득한 주식을 상호양수도하거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자를 말한다.
박 회장과 박 상무는 2010년 즈음 공동 경영에 합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2009년 7월 말 친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과의 갈등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박 회장은 이듬해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비슷한 시기에 조카인 박 상무도 금호석화로 둥지를 옮겼다. 그 이전까지 박 상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고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으로 근무했다.
자본시장법은 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수가 1000주 미만이거나 공동보유자에 해당하지 않음을 증명할 경우에는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주식 304만6782주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주식 수가 1000주 이상이기 때문에 박 상무는 금감원에 공동보유자에 해당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015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됐다. 동시에 박 회장은 금호석유화학그룹 동일인에 지정됐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을 계열분리하고 동일인에 지정됐다. 동일인 지정 제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내 대기업의 소유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동일인이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을 의미한다.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6.69%에 불과하다. 적은 지분율로 동일인에 지정될 수 있었던 건 특수관계인 지분 때문이다. 박 상무가 보유한 10%와 박 회장의 자녀인 박준경 전무(7.17%), 박주형 상무(0.98%) 지분 등을 합친 지분율은 24.87%다.
박 상무는 이번에 박 회장과의 공동보유관계가 해소되면서 이에 따른 특별관계도 해소됐다고 공시됐다. 10% 지분을 보유한 박 상무가 박 회장과 경영에 뜻을 같이 하지 않게 될 경우 미치는 타격감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개인 최대주주인 박 상무가 우호세력 등과 손을 잡고 박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동일인 지정은 박 회장으로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 상무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박 회장 본인과 자녀들의 주식을 합친 약 15% 안팎의 지분율로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동 보유자' 개념은 자본시장법 상에서 정의하는 용어로, 공정거래법 상 특수관계인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공정거래법 상 친족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18.35%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이 20%에 가까운 자사주를 통해 충분히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 범위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사실혼 포함)' 등을 포함한다. 박 회장과 박 상무는 작은 아버지-조카 관계로, 특수관계인 범위에 포함된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공정위에 소속회사 개요, 특수관계인 현황 등 지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가 특수관계인 관계로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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